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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권 물폭탄>숨못쉬는 아스팔트·보여주기식 행정이 禍 불렀다
2년연속 ‘서울 물바다’…왜 피해 계속되나
콘크리트 포장 일색

땅속 침투 없이 도로로

옥상정원 등 대안 찾아야


市, 하수관에만 의존

친환경 지반 마련 소홀

수해방지 예산 매년 감소


지난해 9월 추석 장마로 시간당 100㎜가량의 비가 내리며 광화문이 물바다가 됐다. 1년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대비가 퍼부은 27일 오전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는 수중도시를 방불케 했다. 2년 연속 서울 주요 도심이 물바다가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물이 스며들 틈조차 없는 도심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친환경적으로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서서히 배출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빗물 투수층 도로ㆍ인도 조성 등 근본 대책은 미룬 채 디자인거리 명목으로 대리석ㆍ콘크리트 도심을 덮은 보여주기식 대책이 2년째 ‘물바다 서울시’를 만든 셈이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도 최근 5년간 10분의 1로 격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수로 증대 더이상 능사 아니다”=서울시는 지난 2월 ‘기후변화대응 침수피해 저감대책’을 발표하며 광화문 일대 지하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하고 빗물펌프장 및 저류조를 확대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중호우 시 용량이 부족한 배수로를 증대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 시대에 배수로 증대 및 하수관거 관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상석 서울시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포장된 인공지반은 빗물의 유출 계수가 자연지반에 비해 높다. 즉 비가 왔을 때 배수량이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배수로 용량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그보다는 비가 왔을 때 배수로로 투입되는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땅으로 스며드는 빗물의 양을 늘려서 천천히 배출되도록 한다면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창복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포장면적이 넓다. 일반 도로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개인 주택지 안에도 대부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등으로 포장을 한다. 그렇게 되면 땅이 빗물을 빨아들이지 못하고 하천으로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광화문이나 강남 등 시가화된 지역은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잔디 자라나는 도로’ ‘옥상 정원’ 등 친환경 대안 찾아야=이상 기후로 폭우가 잦아진 만큼 이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제방을 높이고 배수로를 확충하는 등 비용은 높고 그에 비해 효율은 적은 기존의 방법보다는 친환경적으로 건물과 도로를 건설해 빗물이 유출되는 양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도로를 포장하진 않을 수 없다. 대신 친환경적 포장이 필요하다. 주차장이나 보도블럭을 만들 때 중간 중간에 잔디가 자랄 수 있는 틈을 만든다면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친환경적인 지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배수로 증대와 같은 대안은 하드웨어적인 속성이 강하다. 우린 좀 더 소프트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옥상정원(roof garden)등이 대표적 예다. 대부분의 건물이 옥상 조차도 콘크리트로 포장이 돼있다. 비가오면 물이 그대로 흘러내리고 또 이 물이 아스팔트 도로에서 또 침투되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가는 거다. 옥상정원을 늘리면 빗물이 땅으로 흘러내려가는 시간을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官, 선진화된 대책 마련- 民, 의식 변화 필요= 이를 위해선 우선 정부와 지자체의 선진화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서울시에 대한 수방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해에 침수피해가 있은 후 많은 질타가 이어졌지만 올해 결국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서울시가 이상 기후 시대를 맞아 새로운 수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울시에 대규모 배수 시설 몇 개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2차, 3차 피해를 막기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 뿐만 아니라 민간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 교수는 “영토의 70%가량이 사유지다. 아파트 단지나 개인 소유 건물 등을 지을 때도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적 고민이 필요하다. 빗물이 모두 유출되지 않도록 콘크리트 포장을 최소화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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