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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독은 악덕 자본가인가, 천재 사업가인가
신문·TV·영화·스포츠…

52개국 780여종 사업

황색저널리즘 경영전략

미디어 이용 정치권 로비

언론재벌 등극의 비결

뉴스코프 지분 대부분

자녀등 일가 손안에

대내외 사임 압력에도

굳건히 버티며 암중모색

호주 출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80)의 미디어 제국이 전 세계를 뒤흔든 전화 도청ㆍ해킹 사건으로 휘청이고 있다.

머독에게는 윤리의식을 외면한 악덕 자본가 ‘비열한 인간(dirty digger)’이라는 비난과 글로벌 미디어 제국을 이룩한 ‘천재 사업가’라는 찬사가 따라다닌다.

사상 초유의 전화 해킹ㆍ도청 파문으로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청문회에 선 그는 “내 생애 가장 부끄러운 날”이라고 고개를 숙였지만 “전화도청 사실을 몰랐다”고 일관하면서 사건에 대한 책임과 사임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번 파문으로 머독은 168년 전통의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를 폐간하고 영국 위성방송(BskyB) 지분 100% 인수를 포기했지만 “NoW는 내 사업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미디어 제국의 굳건함을 내비쳤다.

▶‘독’ 품은 머독, 제국 건설 비결은?=머독은 세계적 미디어 그룹인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의 최고경영자(CEO)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타임스, 폭스방송, 20세기폭스, 스타TV, LA다저스 등 신문, TVㆍ케이블방송, 영화, 스포츠까지 52개국에서 780여종의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

머독이 이처럼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황색 저널리즘을 표방한 경영전략과 소유 언론사를 이용한 정치권 로비활동으로 요약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부친에게서 호주 신문사 2개를 인수받은 머독은 신문의 전체 방향을 스캔들, 섹스, 스포츠, 범죄에 초점을 맞추면서 판매부수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1968년 영국 시장으로 건너가 더 타임스, 더 선, 선데이타임스 등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그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1985년 미국의 영화사 21세기폭스를 소유하면서 그동안 고가로 사들여 온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미디어 제국’의 근간을 마련했다.

인수ㆍ합병(M&A)과 독점화 전략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세를 불린 머독은 이후 위성방송 관련 법안이 미처 정비되지 않은 아시아 신흥국가를 공략해 인도와 중국으로 발을 넓혔다.

머독의 성공에는 자신의 언론사를 미끼로 한 정치권 로비활동도 한몫했다. 일례로 그가 소유한 영국의 ‘더 선’은 토니 블레어 총리를, 미국의 ‘폭스뉴스’는 조지 W 부시의 재선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며 정경유착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도청 스캔들로 정치권의 파상공세를 받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머독과 위성방송 BSkyB 인수건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벼랑 끝 머독, 뉴스코프 운명은?=이번 도청 사건으로 연매출 328억달러(34조원)의 머독 제국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으로 머독 일가가 보유한 뉴스코프 지분 38.4%의 주식 평가액이 49억달러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2주 만에 7억3300만달러(7700억원)가 증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머독 디스카운트’는 머독이 사임해야만 만회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경영권에 대한 투표권을 쥐고 있는 지분 대부분을 머독 일가가 쥐고 있는 한 머독 해임안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08년 머독의 자서전 ‘뉴스를 장악한 사나이’를 출간한 마이클 울프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머독이 사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뉴스코프가 난관을 타개하는 길은 이사회에서 머독 일가를 몰아내고 신문사업을 하루빨리 정리해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화 도청ㆍ해킹사건이란?

머독 소유의 영국 신문사 뉴스오브더월드(NoW)가 취재 과정에서 영국 왕실, 정치가,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해킹ㆍ도청한 사건. 축구선수 웨인 루니의 외도, 9년 전 살해된 소녀의 음성메시지, 9ㆍ11 테러 희생자 가족 등은 물론 일반인까지 도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폭로한 기자가 숨진 채 발견되고 영국 경찰과 정치권이 연루된 것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천예선 기자/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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