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통합론 강력 지지 의사속
총선 결과가 ‘대망론’좌우
진정성 부족 포화맞는 孫
野통합 정면압박 모양새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6일 ‘정치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4년 만에 찾았다.
문 이사장은 지난 5월에도 재단 학술 심포지엄 참석차 국회 헌정기념관에 얼굴을 비친 적은 있지만 본청에 직접 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 역임 당시 국회 운영위원회 참석 이래로 처음이다.
야권의 ‘통합전도사’를 자임하고 있는 문 이사장은 이날 이해찬 전 총리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축을 이룬 ‘야권통합 원탁회의’ 첫 번째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자택이 있는 양산에서 KTX 첫차를 타고 상경했다. 오전 8시께 민원실에서 본인의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하고 국회에 들어선 그는 비교적 이른 아침이라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기자가 다가가 질문을 던지자 이내 너털웃음을 지은 뒤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야권통합과 관련, 대(大)통합론과 소(小)통합론이 동시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저는 대통합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고, 지금 생각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앞서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회의 장소로 이동하며 계단을 오르는 그에게 내년 총선ㆍ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입을 굳게 다문 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귀빈식당이 있는 본청 3층에서 개최됐다. 이는 2층에 자리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집무실과 불과 5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다. 때문에 문 이사장의 이날 통합과 관련한 행보가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의 수장을 맡고 있는 손학규 대표를 코앞에서 압박하는 셈이 됐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지율 순위에서 엎치락뒤치락 2, 3위를 기록하는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의 경쟁구도가 야권통합론으로 점화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대통합론’을 견지하고 있는 손 대표는 야권통합특위 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에게 통합의 임무를 일임하고 논의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지만, 당의 다른 최고위원들과 다른 야당으로부터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진정성 논란에 둘러싸여 있다.
야권 안팎에서는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 과정에서 역할을 한 뒤 내년 총선에서 부산ㆍ경남 지역에 직접 출마하거나 후보들의 선거를 지원, ‘바람’ 일으키기에 성공할 경우 ‘대망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또 오는 29~30일 서울 이화여고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를 연다. 재단 측은 단순한 독자와 저자의 대화 자리라는 설명이지만, 문 이사장이 정치행보를 본격화하기 위한 숨고르기 차원이란 분석이 많다.
<서경원ㆍ양대근 기자@wishamerry>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