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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받는 기업을 찾아서>지구촌 오지에 전기·빈곤층엔 쉼터…‘착한기술’ 나눈다
사회공헌, 그 현장을 가다 - 재능 기부
외국인 노동자엔 IT 교육

변호사 활용 법률지원

버스정류장 디자인까지


공급자 아닌 수혜자 중심

기업 특성살린 기부활동

사회공헌 새 패러다임으로


‘기부 천사’ 가수 김장훈이 또 주변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기부한 1억원으로 만든 ‘이동 푸드마켓’을 타고 일일 배달부로 나섰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와 노인에게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로, 새로운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섰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선행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사표를 제공한다.

김장훈의 기부는 ‘재능 기부’다. 자신의 노래 능력과 엔터테인먼트 기질이 본인 것만은 아니라며 도로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에선 빌 게이츠 기부 이상의 감동이 전해온다.

재능 기부는 개인 영역만은 아니다. 최근엔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기업도 ‘가장 잘 하는 분야’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활용해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사회공헌의 신(新)패러다임’ 보고서를 통해 “공급자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는 게 아니라 수혜자의 니즈 파악과 가치 공유를 통해 맞춤형 사회공헌을 지향하는 것이 추세”라고 밝혔다. 

인도 웨스트뱅갈 주에 주거하고 있는 한 가족이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제공한 LED 조명 아래서 밥을 먹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임직원이 한 아동센터 어린이들에게 우리 주변의 ‘표준’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기업이 편리한대로 펼치는 ‘공급형 사회공헌’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수혜자 관점에서의 사회공헌은 ‘재능 기부’의 목표점과 일치한다는 평가다.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한 재능 기부는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는 빈곤층에게 쉼터(shelter)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가전제품 소매업을 영위하는 베스트바이는 친환경 경영철학을 지향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사회봉사활동을 겸한 ‘재활용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의 사회공헌은 좀더 세부적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인도 등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구촌 오지에 불을 밝혀주는 빕밥(BipBop)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 전기가 없어 고통받는 이들에게 불빛을 제공하기 위해 슈나이더일렉트릭 직원은 세계 각국의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전깃불 하나 선물하는 것보다 에너지 기술을 전수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펼치는 에너지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글로벌 물류기업인 페덱스는 ‘안전’에 그들의 핵심 역량을 두고 ‘어린이 안전보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에게 보행자 안전을 가르치고, 직원은 학교 보행자 안전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10월 등하굣길에 어린이를 호위하는 활동을 지원한다.

국내 기업도 이미 ‘재능 기부 시대’에 돌입했다.

2년 전 SK 등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재능 기부는 공기업, 코스닥 기업 등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SK그룹은 2009년 9월 ‘SK 프로보노’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국내 변호사 출신 직원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이나 소외 이웃을 돕는 것이다. KT 임직원으로 구성된 ‘IT서포터즈’는 한국으로 귀화를 원하는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정보기술(IT) 교육을 진행한다.


삼성증권 직원은 공부방과 학교를 찾아가 청소년에게 경제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청소년 경제증권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대카드는 서울역 앞 버스정류장, 제주도 올레길 이정표를 디자인하는 등 ‘디자인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는 아동센터를 찾아 ‘표준’의 중요성을 꾸준히 교육, 아이들이 표준을 일상화하는 데 사회공헌의 초점을 두고 있다.

예탁결제원의 ‘도슨트(Docentㆍ안내인)’ 제도는 일반인의 재능 기부를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을 결합한 ‘일석이조’ 사회공헌활동으로 꼽힌다. 도슨트는 일산 백석2동에 소재한 증권박물관 관람객에게 전시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봉사자 운영 제도다. 봉사자에게 2만5000원의 일비를 지급해 사회활동을 원하는 주민으로부터 호응도 크다. 박물관 관람객은 이들을 통해 무료로 어려운 증권 용어와 역사를 쉽게 배울 수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기업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펼치는 사회공헌은 설득력도 있고 호응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정 분야를 내세워 대표 사회공헌 이미지를 추구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상ㆍ최재원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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