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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서 금메달” 16세 소희의 꿈은 시작됐다
대형 화면에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열여섯 살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손을 가슴에 꼭 모았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제발, 제발, 제발, 평창 이름을 불러주세요.’ 소희의 간절한 바람을 하늘도 들었던 것일까. 로게 위원장의 입에선 ‘평창’이라는 두 글자가 불렸고, 소희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눈에선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어서’ 말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단순히 자신이 사는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열여섯 살 어린 소녀가 10년 넘게 간직해온 꿈이 현실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와서다.

평창 시골 소녀 김소희(16) 양. 소희에게 동계올림픽은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다.

소희는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발에 스키를 신었다. 이미 13년. 베테랑이다. 그는 현재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도암중학교 소속 알파인 스키 선수다. 스키 강사였던 할머니를 보면서 세 살 때부터 스키를 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키 선수로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오후 3시부터 2시간씩 훈련을 받는다. 2018년 동계올림픽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는 소희가 매일 훈련을 받는 훈련장이자 놀이터다. 평일에는 스키부 훈련이, 주말에는 개인 훈련이 이어진다. 소희는 올해부터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이 되는 FIS(국제스키연맹) 포인트를 30점 안쪽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는 시골 겨울소녀를 찬란한 꿈에 한 걸음 다가서게 했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에서, 그것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알파인 스키를 타는 겨울소녀가 이젠 내 나라, 내 고향에서 열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희망을 품게 됐다. 막연한 꿈이 곧 다가올 희망찬 미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평창의 2010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도 이젠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됐다. 두 번의 실패를 거쳐오면서 평창에는 동계스포츠 인프라가 갖춰졌다. 소희를 비롯한 예비 동계올림픽 주역들이 실제 대회와 같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두 번의 실패가 좀 더 가능성 있는 미래를 바라보고 희망을 꿈꾸게 하는 자양분이 된 셈이다.

소희는 “2018년이면 내가 스물세 살이 된다. 선수로서 최고 전성기를 맞는 시기다. 매일 훈련하는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게 됐으니 좋은 경기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준비해서 꼭 2018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세계에 대한민국 스키의 힘을 보여주고 우리나라의 이름을 드높이겠다”고 말했다.

소희뿐만 아니라 이날 대국민 응원이 펼쳐진 알펜시아에는 도암중학교 스키부 학생 10명이 한데 모여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이들은 7년 뒤 열릴 동계올림픽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그날을 꿈꾸고 있다.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을 열어가겠다는 평창의 꿈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평창=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ㆍ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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