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ㆍ85)은 도대체 어디있나’

6일 인터넷과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설이 중국 정부의 공식 확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풀 꺾이는 양상이다.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식에 불참하면서 증폭됐던 장쩌민 와병설은 6일 미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중국어 사이트 보쉰닷컴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하면서 홍콩과 대만 언론에서 급속히 퍼졌다. 이어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속보로 전달해 글로벌 핫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덩샤오핑(鄧所平) 전 지도자 사망시 5시간 만에 사망 사실을 확인했던 것과 달리 중국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진위를 확인하지 못한 언론들은 혼선을 겪고 있다.

홍콩 ATV의 경우 6일 저녁 6시 장쩌민 사망 관련 보도를 속보로 내보냈다. TV 화면도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처리해 애도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지만 저녁 9시15분께 “장 전 주석 사망 관련 후속 보도를 계속 내보내겠다”는 짤막한 코멘트만을 전하며 기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사망 보도를 처음 내보냈던 보쉰닷컴도 이날 오후 “건강이 안정됐다”며 장 전 주석의 사망을 부인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인터넷신문인 둬웨이왕은 장쩌민 가족과 고위급 인사들의 움직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사망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신문은 장쩌민이 상하이에서 치료를 받다가 차도가 없자 베이징으로 옮겨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안정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또 고위급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지난주 장쩌민 전 주석의 건강을 언급하면서 “훙샤오러우(紅燒肉ㆍ돼지고기 볶음요리)를 많이 드셨다고 들었다”라고 말해 건강에 이상이 없음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둬웨이왕은 장 전 주석이 아직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로 친인척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과거 정쩌민의 수족처럼 그를 보좌했던 장쩌민의 처조카인 우즈밍(吳志明) 상하이 정법위 서기가 6일 밤 평소와 똑같이 일정을 수행했다면서 친척들이 베이징으로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중국 매체인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는 6일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임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의 지방 시찰 사진을 서열 순으로 나열해 이목을 끌었다.

또 6일 저녁 원자바오 총리는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고, 이날 런민(人民)은행은 금리 인상을 기습 단행해 마치 장 전 주석의 사망설이 억측임을 간접적으로 전하려는 것처럼 해석됐다.

해외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CCTV 등 중국 매체들은 장 전 주석의 사망설에 관한 보도를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는 ‘장쩌민’, ‘심근경색증’, ‘총서기’ 등 장 전 주석과 관련된 단어들의 검색 결과가 제한됐다. 때문에 외신들은 국가 지도자의 건강을 국가 기밀로 취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극심한 정보 통제를 비난하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