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라는 것이 있다.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비유해 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이른다. 집창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 성매매가 오피스텔 등으로 옮겨가는 문제를 빗대 말하기도 한다.
심야나 주말에 국민의 의약품 이용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의에서도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해 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이 의료기관별 기능 재정립을 위해 도입하려는 선택의원 등록제의 포기나 수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현실화될 조짐이어서 우려된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약심)이 진행되는 동안 주위 관계자들의 관심은 의약품 약국외 판매로 인한 약사들의 반발을 어떻게 달랠 것이며, 이로 인한 의사들의 불만을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냐는 것에 모아졌다. 이들 모두의 이해가 충족되어야 의약품 약국외 판매도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의약품 약국외 판매로 손해가 예상되는 약사들의 반발은 약심 3차 회의가 진행되면서 일부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 어느정도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여지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의약품을 빼앗긴 의사들의 불만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은 약심 내에선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일부 일반의약품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면 의사가 손해볼 것이 없지 않냐는 견해도 있었지만, 의료계에선 전환 의약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에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선택의원제를 복지부가 포기하면 의료계의 불만을 무마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선택의원제는 대한의사협회가 단체행동까지 펼치면서 반대하던 정책으로 이를 포기하면 당초 목표했던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가능하한 동시에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하는 정치권의 약사법 개정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들렸다.
문제는 선택의원 등록제를 포기할 경우 상급종합병원와 동네병원 등의 의료기관별 기능 재정립을 위한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선택의원제는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가 대형병원 대신 동네병원을 지정해 지속적으로 치료 받으면 해당 의원에 의료수가를 높여주고 환자에겐 본인부담금을 깍아주는 것으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함께 만성질환자의 부담 감소에도 상당히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선택의원제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이유로 선택의원 등록제를 포기하는 것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이라는 본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도제 기자 @bullm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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