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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이번 기회에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꾸자 /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
우선 필자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사용자위원 중 한 명임을 밝힌다. 아울러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법정시한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도 말씀드린다.

돌아보면 지난 1987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단 한번도 최저임금이 순탄하게 결정된 적이 없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는 노사대표와 중립적 입장을 가진 전문가그룹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의 문화 탓일까. 노사 대표는 매년 똑같은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시한에 쫓겨 막판이 돼서야 최저임금을 결정하곤 했다. 회의는 속개와 긴 정회를 반복하며 며칠을 보내곤 했다. 아무런 진전없이 마라톤협상, 밤샘협상을 하는 것도 입장여부를 떠나 최저임금위원들에겐 무척 힘든 일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는 이맘 때 쯤 위원회 건물 앞에서 벌어지는 노동단체의 구호와 노랫소리는 이제 익숙한 연례행사 풍경이 됐다.

최저임금 사용자위원으로서 필자는 참으로 곤혹스럽기도 하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라 사방의 시선이 사용자위원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몇몇 대학에서 힘든 일하는 연세 드신 청소근로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어느 때보다 여론이 경영계 쪽에 싸늘했다.

가슴은 따뜻하되 머리는 냉철해야 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은 연평균 9.1% 올랐다.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1600원에서 4320원으로 2.7배 인상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연봉이 2.7배나 오른 근로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실제 같은 기간 동안 명목임금인상률은 연평균 6.0%,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2% 올랐을 뿐이다. 인상분의 누적효과까지 감안할 때 최저임금은 다른 경제지표에 비해 매우 크게 오른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이라는 지표가 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말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식 조사하는데, 우리나라는 2000년 불과 1.1%에서 2011년 14.2%로 크게 늘었다. 전통적으로 최저임금을 높게 설정하는 프랑스(10.6%)보다 높을 뿐 아니라 미국(3.0%), 일본(2.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최저임금 밖에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게 아니라,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돼 일반 근로자 임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사실 최저임금은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있는 중견ㆍ중소기업과는 상관없다. 생계형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300만 사업체 중 5인 미만 영세업체의 비중은 무려 85%에 이른다. 이들의 현실적 지불능력을 고려치 않고 이상만을 쫓아 최저임금을 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ㆍ국회ㆍ전문가 누가 맡든 시류와 외부 정서에 부화뇌동하는 자세를 버리고 지표를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노사간에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상생을 하도록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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