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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값 100원 인하 석달 ... 팔 비틀어 잠시 낮췄는데 결국 그 가격...이해당사자간 마찰만 키워
정유사들이 3개월간 시행했던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이 6일 자정 종료된다. 5일 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7원(SK 카드할인 반영)으로, 할인 시행 전인 4월 6일 1970원보다 83원 내린 수준에 그쳤다. 100원 인하를 외쳤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00원 할인이 종료되면 기름값 인상은 불가피하다. GS칼텍스가 단계적으로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히고 다른 정유사들도 이에 동참하겠지만, 상상 추세인 국제유가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오래지 않아 100원 인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름값 100원 인하가 3개월간의 단기해법에 불과했던 셈이다.

▶100원 할인 효과 100% 반영안돼=100원 일괄 인하 효과는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못했다. 4월 6일 100원 할인이 시행되고 한 달이 지난 5월 3일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16원에 그쳤다. 할인 전에 비해 불과 54원 내린 수준이었다.

두 달이 지난 6월 3일에야 1878원으로 할인 전에 비해 92원 내린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3개월 할인이 마무리되기 보름여 전 부터, 일부 주유소들이 "싸게 공급된 기름을 되도록 많이 비축해 두었다가 100원 인상 후 내다팔아 이익 좀 챙기자"며 사재기에 나섰고 정유사는 물량을 조절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결국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면서 다시 평균 기름값은 오름세를 탔다. 정부는 뒤늦게 사재기 단속에 나섰지만, 어쨋든 실제 100원 인하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정부-정유사-주유소 갈등 증폭= 기름값 강제 인하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LPG 가격 담합과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 건 등으로 가뜩이나 정유업계 상호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처음에는 SK에너지의 전격적인 100원 할인 발표에, 3개월 시한을 앞두고 100원 일괄 환원을 준비하던 최근에는 GS칼텍스의 단계적 인상 발표로 업계가 사분오열됐다.

GS칼텍스의 단계적 환원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가격을 원래대로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불만을 사고 있다. 가격 결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기름값 담합으로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GS칼텍스의 설명이지만, GS칼텍스가 최근 ‘주유소 나눠먹기’ 담합을 자진신고해 공정위 과징금을 할인받는 리니언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간 갈등 구도도 생겼다. 정유사 측은 주유소 업계에 대해 "공급 가격이 100원 내렸음에도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하는 바람에 정유사들이 욕을 먹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사재기로 제품 부족을 가져와 결국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게 했다며 불만이다. 이에 대해 주유소 측은 사재기가 문제가 아니라 정유사들이 수출로 물량을 돌리는 바람에 제품 부족을 가져왔다고 맞대응해 시장을 시그럽게 했다.

정부와 산업계도 기름값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달 “정유사들이 기름값에 대해 고통 분담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렇지만 지식경제부는 유가 인상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인상율을 낮추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정유사들이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정관 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SK에너지도 기름값 단계적 인상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관치성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100원 할인 이후는?=4월6일로 당초 약속했던 기름값 100원 할인 기간이 끝나면 기름값 상승의 책임을 두고 이해 당사자간 대립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도 불안하다. 휴가철을 맞아 7월부터는 전세계적인 유류 소비가 증가해 국제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정유사를 바라볼 뿐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부처 간 조율이 안돼,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유류세 인하는 여전히 검토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내놓은 할당 관세 인하도 부처간 갈등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정부가 업계의 팔을 비틀어 반시장적인 미봉책만 만들어 놓고는, 정작 책임져야 할 때 책임을 회피하고 방기하는 모습이 작금의 상황이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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