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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뜻한 자본주의가 온다
소외층에 일할기회주고

수익은 서민·신사업 투자

지원금의 3배 부가가치창출


英 6만개 年 매출 50조

한국은 인증기업 겨우 532곳


“사회적기업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놀라운 성과.”(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사회적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성공모델.”(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경제 권력이 시민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주류에 들어설 때가 됐다.”(옥스퍼드 스콜포럼 선언)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깃든 ‘사회적기업’에 미래학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다 .

소외층은 ‘일할 기회’를 얻고, 수익은 서민층 지원 또는 신사업에 재투자되는 시스템이다. 정부 지원금 대비 278%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낸다. 기부와 지원이 ‘마중물’이 돼 더 큰 사회적 수익을 창출하는 ‘따뜻한 블루오션’인 것이다. 이윤추구와 나눔ㆍ배려ㆍ기부정신 간의 조화라는 점에서 진정한 자본주의의 모습이라고 미래기획위원회는 진단한다. 슘페터가 얘기한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 그 21세기형 버전일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 사회적기업은 다국적기업 카르푸를 물리쳤고, 스페인의 몬드라곤은 전자제품 시장경쟁에서 굴지의 브랜드에 필적하는 성과를 냈다. 방글라데시 빈민을 구제한 사회적기업 그라민뱅크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세계은행으로부터 상을 받은 인도의 오로랩(Aurolab)은 보청기시장을 석권했다.

사회적기업이 가장 잘 발달한 영국의 성공은 200여년의 ‘길드(상공인조합)’ 경험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6만개가량의 영국 사회적기업 매출은 50조원에 달한다. 유럽 각국은 20여년 전 지원법을 만들었다.

국내엔 2007년에야 육성법이 도입됐다. 1일 ‘제1회 사회적기업의 날’이라는 행사를 갖는 데만 4년간의 태동기가 필요했다. 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532곳, 예비 사회적기업은 1005개이다. 고용 인력은 취약계층 7850명을 포함해 총 1만3535명. 아직 걸음마 수준이기에 전경련,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포스코, 교보생명, 대우증권 등 기업 및 금융기관과 사회적기업진흥원,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 등의 총력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새터민들은 포장박스를 만들면서 보람을 찾았고, 출소자들은 봉제기술을 익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으며, 장애우들은 희망의 한풀이 연주로 심금을 울렸다. 경력 단절 여성과 은퇴한 전문직도 ‘장롱 속 재능’을 사회에 내놓고 새 가치 창출에 한몫하고 있다. 사회적 동력의 누수가 없는 ‘일하는 복지’의 전형이다. ‘이거다’ 싶으면 폭발적 열정을 보이는 한국인의 정서답게 고도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도움 속에서만 크다 자생력을 얻지 못하거나, 10여년 전 벤처붐 때의 ‘먹튀’현상 등 도덕적 해이를 노출할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국부 창출, 사회통합, 균형발전의 효과가 있는 사회적기업을 오는 2020년까지 5000개 수준(인증기업)으로 확대할 것”이라면서 “지자체장이 인기 관리 차원에서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기업인이 의존적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문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투명성 보고 횟수를 늘리고 내년에는 전면적 실태조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벤처다. 열정과 붐이 기대된다. 다만, 나눔과 사랑이 있는 소셜벤처의 성장과정은 올곧아야 하고, 정부의 육성전략도 10년 전 벤처붐 때와는 달라야 한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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