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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역사 수유실, 날씨 더워지는데 냉방ㆍ환기 등 미흡한 곳 많아...

주부 김모씨(34)는 얼마 전 지하철을 이용하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된 아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한 것. 마음이 급해진 김씨는 배가 고파 우는 아기를 안고 지하철 수유실을 이용하려는데 내부가 덥고 답답해 오히려 아이의 울음소리만 커졌다.

김씨는 “무더위로 땀은 나고 아기가 계속 울어 자리를 빨리 뜰 수 밖에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영유아와 함께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52개 역사에 아기사랑방(수유실)을 운영하고 있고, 1~4호선 구간에서도 총 120개 역사에 25개 수유실이 설치 돼 있지만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곳이 많다.

광화문 지하도 해치마당에 설치된 수유실의 경우 내부는 정돈 돼 있었으나 흰색 소파는 때가 타서 지저분했고 세면대 주위에는 작은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등 쾌적한 환경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1일 유동인구 평균 50만명에 이르는 1ㆍ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의 경우 아예 수유실이 없었다. 수유실을 찾자 역무원은 “여기에는 수유실이 없고 가장 가까운 대림역 수유실을 이용해야 한다. 힘들면 역장실 한쪽에서 수유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대림역을 찾았을 땐, 7호선으로 환승해 수유실을 이용해야 했고 보채는 아기를 데리고 수유실을 찾아가기에는 이동 거리가 멀어보였다.

심지어 시청역에서 을지로 방면에 설치된 여성휴게소 겸 수유실은 이용시간이 오후 6시로 제한 돼 저녁시간 이후에는 이용이 불가능 했고 역무원은 벨을 누르면 문을 열어줄 거라고 말했지만 벨을 눌러도 소용없었다. 그 외 신림역 등 대다수 수유실은 문이 잠겨있어 벨을 누르고 역무원이 열쇠를 갖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에 대해 신림역 역무원은 “노숙인 등이 목적 외에 다른 용도로 수유실을 이용할 수 있어 문을 잠가 놓지만 최대한 빨리 열어드리려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YMCA 임은경 국장은 “수유실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외출 할 때 엄마들이 눈치 보지 않고 수유하고 쉴 수도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유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이용률이 높지 않다면 그것은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라 할 수 없다”며 “수유 공간을 보편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좀 더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성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수유실은 회사 여직원의 아이디어로 처음 만들어지게 됐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건데 이용률이 낮아 안타깝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황유진 기자 @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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