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이해 버스정류장, 주택 단지 등에 붉은 깃발과 표어가 나부끼며 중국의 수도 베이징이 홍색 도시로 변신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면서 전형적인 관변행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홍콩 밍바오(明報)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남의 잔치 보듯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오색홍기가 나부끼는 주택가의 한 시민은 “당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라며 “오성홍기를 꽂아 놓은 것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매번 중요한 활동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식(정부 마음대로)이다. 이미 적응이 됐다. 당이 수박을 팔라면 팔아야 하고 살라고 하면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우리 돈을 갹출해서 잔치하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인터넷에서의 분위기는 더 냉랭하다. 한 네티즌은 “하나의 당이 수십년간 경쟁자 없이 집권했다는 것은 반대파에 대한 압박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일당독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중앙민족대학의 자오스린(趙士林) 교수는 블로그에 사치스런 창당 기념식 홍보를 비난하며, “공산당을 도덕화, 신성화, 봉건화 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해 한차례 주목을 끌기도 했다.

공산당 창당을 축하하는 붉은 물결이 전국을 뒤덮긴 했지만 국민들의 불만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활화산 같아서 중국 공산당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고 밍바오는 전했다.



한희라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