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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 다문화가정대상 대상수 상 홍 수옹씨
“다른 며느리는 매운 것을 잘 먹는데 왜 너는 김치도 못 먹냐” 처음엔 시어머니의 이런 타박에 주눅만 들었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말 귀도 못 알아 듣고.” 그런 시어머니에게 후인 티 홍 수옹(25) 씨는 이제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고기 사 주신다고요. 언제 사주실건데요?”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리면 시어머니는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한다. 힘든 농장일을 끝내고 온 그지만 곧 웃는 얼굴로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얼른 집안 정리할게요.”하고 집안일을 시작한다.

홍 수옹 씨는 지난 2006년 베트남에서 선을 보고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전라남도 화순에서 3남 2녀의 장남으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행복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결혼 후 남편은 병을 얻었고 실직했다. 홍 수옹 씨는 아이 둘을 낳고 식당일과 농장일을 가리지 않으며 살림을 책임졌다.

무뚝뚝한 남편에 까다로운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홍 수옹 씨는 웃음을 잃지 않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냈다. 이런 사연으로 홍 수옹 씨는 최근 외환은행나눔재단이 주최하는 제3회 외환다문화가정대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외환다문화가정대상은 2009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정한 전국 규모의 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 복지증진을 위한 시상 제도다.

홍 수옹 씨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권해 참여하게 됐고, 대상 수상 소식에 나는 물론 이고 가족들도 깜짝 놀랐다”며 “상을 받은 덕분에 7월이나 8월 쯤 심장 수술 예정인 아버지를 찾아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외환은행나눔재단은 대상 수상자에게 1000만원의 상금과 일주일간 친정을 방문할 수 있는 300만원의 비용을 지원한다. 홍 수옹 씨는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은 생활비에 보탤 계획이다.

요즘 고추 농장에서 일하는 그는 오전 6시30분부터 저녁7시까지 일을 하고 4만원을 일당으로 받는다. 그는 “저녁식사를 한 후 11시부터는 공부를 한다”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통역 등 봉사를 하고 주말엔 방송통신학교에 공부하러 간다”고 말했다. 


의사소통과 음식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이젠 한국말도 잘하고 냄새도 못 맡던 청국장도 잘 먹는다. 홍 수옹 씨는 “배는 고픈데 먹을 수없는 고통도 사라졌고 한국어도 정확하게 발음하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시어머니에게 혼나고 남편과 싸우는 일도 줄었다”며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 베트남 자조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부 싸움과 고부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나서서 상담하고 있다. 한 때 힘들어 베트남으로 돌아갈 생각까지 했던 그지만 지금은 많은 계획들로 한국에서의 미래를 희망으로 채우고 있다. “통신고등학교에 다니며 한국어 능력시험 5급에도 도전할 거에요. 졸업 후엔 사회복지 전공으로 대학도 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윤정현 기자 @donttouchme01>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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