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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 기자의 머니스토리>재벌3세의 성장 위한 인수·합병…지분구조 변화로 투자기회 제공
장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투자 대상을 고르느냐다. 가장 먼저 충족해야 할 조건이 ‘생존’이다. 생존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게 최고경영자(CEO)다. 여기서 CEO란 실질적 경영권을 가진 오너(owner)다.

1960년 이병철, 1970년 정주영, 1990년 이건희, 2000년 정몽구는 지금 보면 가장 확실한 투자처였다. 그럼 2020년, 2030년에 드러날 최고의 투자처는 누구일까? 이제 막 사십대가 된 재계 3세들이 아닐까 싶다.

2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재벌이 아니었다. 부잣집 아들 정도는 됐겠지만, 창업주 세대와 겹치는 기간이 많다. 하지만 3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확실한 재벌이다.

우리나라 재벌보다 긴 역사를 가진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은 후계자가 되려면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마치고 해외 유학과 군 복무를 마친 뒤 사촌 가운데 경쟁을 통해 경영자를 결정한다. 적어도 사촌 간에는 배경이 아닌 실력으로만 경쟁을 하라는 뜻이다. 경쟁에서 이기면 그룹 전체의 수장이 된다.

우리나라는 부(富)의 승계 과정이 좀 다르다. 1세에서 2세에게는 기업을 나눠줬다. 자식 입장에서 굳이 경쟁을 하지 않아도 물려받는 게 있다는 것은 괜찮지만, 원하는 만큼 받았느냐는 다른 문제다. 그래도 창업 과정에 동참을 한 ‘2촌’인 만큼 서로의 사업 영역은 비교적 존중해준다.

그런데 2세에서 3세로 넘어갈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날 때부터 재벌인 만큼 어려움보다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선민(選民)의식도 강해진다. 특히 우리나라 3세 가운데에는 외아들이 많다. 삼성, 현대차, LG, 신세계 등 40대 3세 기업 대부분이 그렇다. 애초부터 그룹 전체 또는 대부분을 물려받을 확률이 높다 보니, 영토 확장이 관심이다. 주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업적이 필요한데, 내치(內治)로는 한계가 있다.

3세 관련 투자의 첫 단계는 이미 잘 알려진 지분 승계 과정이다. 끝난 곳도 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곳도 적지 않다. 비용을 줄이면서 지배력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몰아주기, 주식 관련 채권의 발행, 비상장사 지분 거래 등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3세의 지분이 높아지는 곳 또는 높아질 곳은 향후 상당 기간 그룹 지배력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신시장, 신사업이다. 인수ㆍ합병(M&A)이다. 옛날로 따지면 후계자의 자격 인증을 위한 정복전쟁이다. 최근 이슈가 된 CJ와 삼성 간 대한통운을 둘러싼 갈등은 각각 정복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경우다. 2촌에서 4촌으로 멀어지면서 가문 내 경쟁 가능성도 커진다. 전과(戰果)가 중요하다. 확실한 결실을 거둔다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에너지만 소모한 채 전과가 없거나 패할 경우, 즉 영토 확장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는 점은 1세보다 2세가 더 잘 안다. 수성을 위해서라면 딸, 아들을 가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외아들의 대안으로 딸이 등장할 수도 있고, 외아들의 몫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기존 후계 체제의 변경은 역시 지분구조 변화를 수반하며, 이는 롱(long)이든 쇼트(short)이든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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