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처음 시나리오를 봤어요. 제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의 준말로, 무명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이었잖아요. 캐스팅이 되지 않는다면 상처가 크겠지만, 앞도 뒤도 재지 않고 무조건 하고 싶었어요. 장훈 감독님과 세 번을 만났죠. 다른 작품 출연도 포기하고 서너 달 동안 영화사에서 연락오기만 기다렸어요.”
‘파수꾼’에서 이제훈은 엇갈린 우정으로 파국을 맞는 3명의 고교생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한다. 자신의 유약한 내면과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센 척’하는, 이른바 ‘1진급’ 고교생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지키려 하지만 결국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맞게 되는 역할이었다. 상처받은 소년의 유약한 내면과 어른 흉내를 내는 무모한 제스처를 교차시킨 연기는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신선한 발견”이라는 호평까지 얻었다. 그만큼 발군이었다.
“연극영화과 전공으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죠. 그러면서 내가 TV에서 나오는 가수나 탤런트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화려함을 동경하는 것이 아닐까, 그 이면의 고통과 어려움을 못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죠.”
이제훈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관객의 시간과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