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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만의 기회였는데..” 일선 경찰 ‘수사권조정안’에 첫 집단행동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놓고 일선 경찰 수십명이 한 자리에 모여 밤샘 토론회를 열고 강력 반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과 경찰대생 등 약 80명은 충북 청원군 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지난 24일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놓고 밤샘 토론을 벌였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서울 소재 경찰서 김모 경장은 “토론에 참여한 경찰 대부분은 간부로 분류되지 않는 일선 경찰”이라며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원 일부와 경찰대학생, 대학교수, 시민까지 포함해 약 80명이 최근 나온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두고 밤샘 토론을 벌였다”고 밝혔다.

일선 치안을 책임진 경찰들이 이같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수사권 조정 때 이후 6년만으로, 특히 경찰대 동문회 등을 통한 간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달리 이번 토론회는 일선 실무 경찰들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경찰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장 안에는 ‘권한은 검찰이 쥐고 경찰은 책임만 진다’는 뜻의 ‘권검책경(權檢責警)’,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수사권은 없다’ 등 글귀가 나붙었고 “60여년만에 온 기회를 놓쳤다”며 조정안에 대한 분노와 항의 표시도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양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정부 기관의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권을 지닌 기관이 많은데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거나 위임을 받지않은 채 법무부 장관과 합의를 도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형사소송법 196조1항의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 중 ‘모든’이라는 표현을 빼고 ‘지휘’ 앞에 ‘적법하고 정당한’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초 토론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건의문 형태로 만들어 경찰청장에게 공식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같은 행동이 집단 항명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따로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고 각자 개인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원 일부가 방문해 토론 과정을 경청했으며 이를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25일 직보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를 통해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피력할 예정이다.

김 경장은 “경찰이 맡은 막중한 책임을 감안해 일과 이후 시간에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10만명의 경찰이 노력한다면 적절한 수사권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놓고 현직 경찰 간부가 경찰청사에서 무효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가하면 수사권 협상을 실무적으로 맡은 경찰청 내 팀원 2명이 타부서 전출을 공식 요구하는 등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이권형 기자/kwon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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