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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초고속성장 ‘紅歌’…빈부차 심화 ‘悲歌’
TV·드라마 온통 홍색물결

신문·인터넷도 黨찬양 일색

혁명유적지 순례 열풍도

소득 불평등 세계최고 수준

서민들 내집마련 꿈도 못꿔

생활고·박탈감에 잇단 시위

다음달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앞둔 지금, 중국 대륙이 홍색(紅色)으로 물들고 있다. 하지만 요란한 폭죽의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많다. ‘불만이 있어도 혁명이 없는’ 중국 사회의 모순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대륙은 홍색 물결=요즘 중국의 TV와 라디오에선 공산당의 혁명역사를 그린 홍색 드라마와 영화, 홍가(紅歌)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문과 대형 인터넷 포털에는 중국 공산당의 족적을 그리는 특집판이 지면을 메운다.

징강산(井岡山), 루이진(瑞金) , 옌안(延安) 등 혁명유적지 순례 열풍도 거세다.

지난 주말 개봉된 ‘건당위업(建黨偉業)’은 홍색 열풍의 결정판이다. 1911년 신해혁명부터 1921년 공산당 창당까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 영화 사상 최고액인 8억위안(1345억원)이 투입됐다.

여기에 류더화(劉德華), 저우룬파(周潤發), 자오번산(趙本山) 등 증화권 대표배우 100여명이 총출동했다. 건당위업의 흥행을 돕기 위해 중국 당국은 중국 전역의 거의 모든 극장 스크린을 선점했다.

‘트랜스포머 3’ 등 미국 할리우드 대작들이나 다른 중국 영화들은 건당위업에 밀려 개봉 일정을 늦춰버렸다.

▶형식적인 축하보다는 사회 모순 개선이 우선=축하의 폭죽 소리는 대륙이 떠나갈 듯하지만 대다수 라오바이싱(老百姓·서민)들은 기쁨에 앞서 소외감을 느낀다. 소득 불평등과 빈부격차 심화는 그 대표적 일면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 ‘선부론(先富論)’ 등 개혁·개방의 이데올로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부자와 빈자, 도시와 농촌 지역 간 격차는 지속적으로 심화돼왔고 이제는 고착화 상태다.

소득분배의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치인 지니계수를 보면 중국은 0.5로 세계 최악의 불평등지수를 자랑하는 브라질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또한 초고속 성장은 천정부지의 부동산가격, 물가고, 부정부패 등의 폐해가 뿌리내리게 했다. 서민들은 이제 집 살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여기에 물가는 오르고 부정부패는 잡히지 않고 있다. 조직폭력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년째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는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인데 잘못된 의료체계로 수술비가 없어 병원 문턱도 못 가고 사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염색만두, 멜라닌우유 등 기상천외한 불량식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 어느 정도 살다 보니까 ‘돈이면 다 되는 나라’가 중국이란 생각이 정말 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규율검사위원회는 공산당이 부정부패 대책을 강화하고 있음을 선전하기 위해 지난해 1년 동안 당규를 위반한 당원 14만6517명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위량(吳玉良) 규율검사위 부서기는 “당 간부나 국가공무원의 부패행위, 오직 등을 엄격히 처벌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베이징 소재 모 대학의 중국인 교수는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하의 중국에선 당 간부, 일선 공무원의 부패는 뿌리가 깊고 조직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마당에 고리가 끊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생활고는 시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광둥(廣東)성 등에서 발생한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근로자)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공산당 체제에 반대하거나 인권운동을 하는 민주인사들은 구속되고 고문당하는 탄압을 받고 있다. 거대한 경찰력과 뛰어난 도청능력을 보유한 중국 공안은 통치에 위험한 요소가 감지되면 즉각적인 탄압에 들어가면서 체제를 유지해 나간다.

“우리는 황당한 시대에 살고 있다. 혁명가요를 부르는 것은 권장하면서 혁명은 고무하지 않는다.” 중국 동영상사이트 유쿠(優酷)에 떠 있는 정법대 법대 허빙 부원장의 강연 동영상에 나온 말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모순이 시정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는 현실을 풍자한 ‘일침’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요란하고 형식적인 창당잔치를 벌이는 것보다 중국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것에 힘을 모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것이 1921년 불과 13명의 대표로 출발했던 중국 공산당의 진정한 창당정신이기 때문이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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