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와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16일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동반성장,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 재계와의 미묘한 관계와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간담회는 단순히 가벼운 만남 정도에만 그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간담회에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을 비롯해 18개 석유화학업체 CEO가 참석했다. 최근 정부와 협력해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효성의 이상운 부회장과 검찰 소환을 받았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얼굴을 비췄다.
주제는 석유화학공업 경쟁력 강화로 모아졌다. 지경부는 이날 석유화학단지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입주 기업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관 통로인 파이프 하이웨이(Pipe-Highway)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파이프 하이웨이는 입주 기업들이 공장을 잇는 파이프를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철골 구조물로, 현재 여수산단(길이 9㎞)에 있다. 지경부는 지방자치단체, 입주 기업들과 협의해 시행기관을 선정하고 울산(52㎞), 대산(4.5㎞)에 신규로 파이프 하이웨이를 설치하고 여수에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입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100대 화학소재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지경부는 밝혔다. 지금은 석유화학업계가 호황을 겪고 있으나 중국, 중동 등에서 화학공업단지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범용소재의 글로벌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신제품 개발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밖에 규모의 경제를 위해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와 해외기업 인수 합병을 촉진하겠다고도 했다.
또 다른 핵심은 재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동반성장이었다. 석유화학업계에서 만든 합성수지를 가공하는 중소 수요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지경부는 작년부터 시행 중인 합성수지에 대한 1개월 가격예시제의 적용을 확대키로 했다. 이들 업체는 석유화학업계에서 구입한 재료를 가공해 또 다른 제조업체에 제공하는 실정이라 대기업 사이 끼어있는 ‘샌드위치’ 처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 장관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분위기가 우리산업 구석구석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석유화학공업의 특징상 에너지 절감에 대한 내용도 논의됐다.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 정부가 도입하려는 환경 정책에 대해 아직 준비가 부족한 만큼 도입을 늦춰달라는 뜻을 밝혀온 바 있다.
<이상화 기자 @sanghwa9989>
sh9989@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