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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마에 뺏긴 꿈과 희망…안타까운 화재 2題......“30년만에 주민등록 했는데…”
서울 강남구 개포동 1226(구 포이동 266) 재건마을 화재 현장 주민들은 소방당국과 경찰의 현장조사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잠을 못 이뤘다. 12일 오후 4시56분께 재활용품 야적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근 판잣집 10여채가 탔고 소방서 추산 재산피해만 1억여원에 이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놀란 주민 100여명이 한때 대피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인근 구룡초등학교로 옮길 것을 제안했지만 주민 270여명은 야적장에 모였고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임시 천막 등에 모여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40대 여성은 “어젯밤 한 시쯤 마을회관으로 옮겼다. 비도 오고 (재활용처리장은) 지붕도 없으니까. 잠도 못 자고 정신도 없다. 너무 기운이 없다”며 전날 상황을 떠올리기조차 꺼렸다.
박동식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마을회관에서 바라봤을 때) 오른쪽 가장자리부터 불이 났다. 작은 불이라서 금방 꺼질 줄 알았는데 다 타버렸다”며 “불이 날까 봐 겨울엔 2인1조로 돌아가며 야간 방범도 선다. 그런데 여름에 이렇게 불이 나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보다 편안한 곳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지만 이들이 거부하는 것은 어렵게 성취한 대법원의 주민등록 인정 때문이다.
이곳 일명 ‘재건마을’의 역사는 지난 박정희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당시 정부는 고물, 폐품 수집하는 사람들(일명 넝마주이) 등 거리부랑자 500여명을 모아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통합했다. 그리고 1981년에는 서울 전역 10개 지역으로 분산시켰는데 박 위원장은 당시 상황을 “어느 날 밤에 군홧발로 툭툭 치더니 자의적으로 50명씩 나눠 군용트럭에 타게 해 현재 위치에 살라며 내려놓았다”고 회상했다.
1988년도까지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경찰이 상주하며, 올림픽 때는 거주지 주변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 이와 함께 행정구역이 개포동 1266으로 변경되면서 이미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불법점유자로 분류됐다. 1981년 당시 개포택지개발사업을 시행하고 남은 공유지여서 주민 전입이 안 돼 거주자들의 주민등록은 말소됐다.
지난 1990년에는 주민들 앞으로 불법 무단 토지점유자 변상금 고지서가 날아왔다. 처음 30만원가량이어서 구청에서는 “걱정 말라. 인정받고 사려면 돈 내면 된다”는 말을 믿고 돈을 모아 냈지만 다음해 다시 350만원짜리 고지서가 다시 날아왔다. 지금은 가구당 많게는 1억원까지 토지변상금이 불어난 상태이다.
다만 자활근로대증과 세금납부확인증 등 각종 증빙자료를 근거로 강남구청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인 결과, 지난 2009년 대법원으로부터 “30일 이상 거주 목적으로 살고 있다면 주민등록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면서 주민번호 복원ㆍ등재는 끌어냈다. 그러나 토지변상금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주민 대부분은 재산을 압류당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고물을 수집해 내다 팔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태형ㆍ이자영 기자/t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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