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뺏긴 꿈과 희망…안타까운 화재 2題
세탁소 폭발로 이웃에 피해보상 고민 노부부 자살
뜻하지 않은 폭발 사고로 수십년 일해온 세탁소가 풍비박산 된 것도 모자라 사고 보상금으로 수천만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던 주인 노부부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3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A세탁소에서 주인 김모(76) 씨와 부인(67)이 숨져 있는 것을 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는 김 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와 함께 제초제, 끈, 병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나는 현재범(현행범)이다. 할 말이 없다. 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부부는 사건 당일 오전 집에 방문한 딸에 의해 발견됐다. 10일 저녁부터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딸이 11일 오전 세탁소를 방문했고, 굳게 잠겨 있는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갔으나 부부는 이미 사망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씨가 먼저 부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침입 흔적도 없어 타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과 현장에서 발견된 제초제 등을 고려할 때 김씨가 먼저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부는 지난 5월 17일 일어난 세탁소 내 폭발사건의 보상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세탁소 내 스팀다리미에 연결된 증기통이 폭발하면서 인근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와 길 맞은편 식당 유리창이 부서졌고, 지나가던 행인이 파편에 맞아 다리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김 씨 부부는 세탁소의 기물과 옷이 파손되는 등 재산피해를 입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허나 이후 식당 측과 행인이 보상금으로 각각 500만원과 2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부부는 당장 3000여만원의 피해 보상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목숨을 끊기 하루 전에도 이웃을 찾아가 수천만원의 보상금 때문에 힘들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이웃들은 밝혔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