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47ㆍ민주당ㆍ사진) 경기도 성남시장은 12일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진 권한이 너무 커 끊임없이 유혹에 노출돼 있다”며 “시장실로 (돈)봉투를 들고 오는 사람이 많아 CCTV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전직 시장이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지방권력 부패감시 활동을 해온 후임 시장에게도 비슷한 금품 로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외부에서) 시장을 만나려는 면담요청자가 500명을 넘어 책으로 이만큼(한 뼘) 된다. 만나면 귀엣말하려 하고 봉투를 꺼내 주려 한다.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과시도 한다”며 “이런 일이 너무 많아 (일일이) 말하기 어려워 CCTV를 달아 놓았다”고 털어놨다.
성남시장 비서실은 지난 3월 초 시장 지시로 녹음 기능을 갖춘 CCTV를 시장 집무실 천장에 설치해 업무시간의 모든 면담 장면과 대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시장은 “거의 매일 수십억, 수백억원씩 결재하는데 누구한테, 어떤 방식으로(사업을) 맡길 것인지 결정에 따라 혜택을 보는 사람이 바뀌다 보니 시장만 만나려 한다”면서 “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시견제 장치와 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떤 이는 400만~500만원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주려다 CCTV를 가리키니 멈칫하더라”라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소개하고 나서 “CCTV는 시장의 보호장치이기도 하다”고 했다.
형법상 공무원에게 뇌물을 약속하거나 준 것은 물론 줄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뇌물공여죄에 해당한다.
이 시장은 이에 대해 “그들도 구체제의 피해자”라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의도로 특정사업에 대해 청탁하고 거액으로 매수하려 했던 것은 아니어서 경고조치로 충분하지 형사처벌까지 요구한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시장은 “인사 청탁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었다”며 “실제로 (지난 5월 2일자 인사 때) 국회의원이나 무시하지 못하리라 생각되는 사람을 통해서 인사청탁한 과·팀장급 승진대상자 4명을 탈락시켜 불이익을 줬다”고 공개했다.
청탁만 안 했어도 100% 승진이 보장됐는데 공직윤리를 어겨 청탁해 의도적으로 승진명단에서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이들 이외에 승진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청탁한 직원은 이보다 더 많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지금은 (돈봉투나 청탁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지만, 이대엽(76) 전시장 일가의 독직 파동 이후에도 근절되지 않은 토착비리에 대해 폭로와 경고의 의미를 동시에 담은 발언이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는 “원칙적이고 투명하게 행정을 하고 싶다”면서 “그렇게 하려면 시장 혼자가아닌, 시민의 관심과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시장은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1년을 평가하면서 “재정 위기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부도와 압류, 소송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부도위기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셈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모라토리엄 상황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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