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히 내야 할 돈인데도 학생들에게 부담을 떠맡긴 사립대 재단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9일 사립대들의 회계 결산 자료(2009년도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재단 전입금이 규정된 법인 부담금보다 많은 데도 법정 부담 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국고나 등록금으로 충당한 대학이 10곳이나 됐다.
▶‘전입금>부담금’인데도 법정부담전입금 안낸 대학 10곳=법인 부담금은 사학재단이 학교 운영을 위해 내놓는 재단 전입금(법인 전입금) 중 법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금액이다. ▷교직원 연금부담금(60%) ▷건강보험부담금(30%) ▷재해보상부담금(2%) ▷비정규직에 대한 4대 보험료(8%)로 구성된다. 대부분 사립대 재단들은 법령 상 예외규정을 들어 법정 부담 전입금을 아예 안 내거나 소액만 내고 있다.
법정 부담 전입금을 안낸 대학 중 재단 전입금이 규정 법인 부담금보다 많은 대학은 강남대 경원대 관동대 대구가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인천가톨릭대 총신대 한북대 한신대 등 10곳, 의대ㆍ치대ㆍ한의대 및 부속병원을 보유하고 있어 재단 경영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대학은 경원대 관동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동국대 상지대 등 7곳이었다. 위 사례에 모두 해당한 대학도 3곳(경원대 관동대 동국대)이나 됐다.
법정 부담 전입금을 낸 주요 사립대도 대부분 소액에 그쳤다. 성신여대와 숙명여대는 각각 14억원, 15억원의 재단 전입금이 있었지만 실제 법정 부담 전입금은 ‘0원’이었다. 서강대, 한국외대, 홍익대도 27억~33억원의 재단 전입금이 있었지만 실제 법정 부담 전입금은 1억원대였다.
▶“해당 대학에 행ㆍ재정적 제재 있어야”=전문가들은 재단 전입금 중 우선적으로 법정 부담 전입금을 내야 하는 사립대 재단의 의무가 법령으로만 규정돼 있을 뿐 교육 당국의 제재수단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ㆍ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의 이선희 간사는 “일부 사립대의 경우 아예 등록금 산출 근거에 ‘교직원 복지’를 적시해 놓아 재단의 부담을 학생에게 떠넘기고 있었다”며 “정부가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면서 동시에 감사를 강화하는 한편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재정지원을 삭감하는 등 행ㆍ재정적 제재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해마다 각 대학의 예ㆍ결산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이 드러나면 조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