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일수록 분양가 싸게 책정
중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중대형을 추월하는 ‘가격역전’현상이 매매ㆍ전세 시장을 넘어 신규분양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통상 고급마감재 등을 사용, 공사비가 많이 드는 중대형은 중소형보다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격부담이 큰 대형이 시장에서 외면받자 미분양 사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잇따라 ‘고육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약접수가 진행 중인 대림산업의 ‘의왕 내손 e편한세상’의 경우, 최대평형(일반분양 기준)의 평당 분양가가 가장 싼 ‘이변’이 연출됐다.
평형별 3.3㎡당 분양가(기준층 기준)는 ▷전용 59㎡ 1575만원 ▷84㎡ 1610만원 ▷127㎡ 1610만원 ▷158㎡ 1550만원으로 ‘거꾸로 된 U자’ 곡선 형태다. 특히 발코니 확장 및 새시 설치비까지 분양가에 포함돼 실제 수요자가 직접 체감하는 대형의 총 가격부담은 500만~800만원 정도 더 내려가게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근단지에서 워낙 대형매물 거래가 없다보니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했다”며 “특수한 시장상황을 고려한 이례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달초 경기 평택시에서 공급된 ‘평택비전 롯데캐슬’도 분양가가 역전된 경우다. 전용 55㎡와 84㎡가 3.3㎡당 각각 820만원, 830만원 책정됐지만 정작 122㎡형은 이보다 30만~40만원 낮은 790만원대다.
분양 관계자는 “수익보다 조기에 분양을 완료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대형 기피현상이 심하다보니 아직 별다른 호응이 없다”고 귀뜸했다.
매매ㆍ전세시장에서도 중소형 평형의 매매값이 대형 평형을 ‘추월’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잠실리센츠 27㎡형이 3.3㎡당 3292만원에 거래되는 반면 이보다 큰 85㎡형은 307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소장은 “중대형 미분양 적체 물량이 많거나, 거래가 뜸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가격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자금여력이 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넓혀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현 기자/ kie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