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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
펀드매니저가 관여하지 않고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 따라

철저히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펀드

사람은 퀀트모형을 수정하는 것 뿐

수익률을 내는 것은 결국 기계다




동전을 던져 앞뒤를 알아맞히는 게임이 있다. 7번을 던졌는데 계속 앞면이 나왔다면 당신은 8번째 게임에서 어느 쪽에 베팅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너무 많이 앞쪽만 나온 만큼 다음엔 꼭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부류의 사람은 이제 껏 앞면만 나왔으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앞면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전의 앞면이나 뒷면이 나올 확률은 언제든지 정확히 2분의 1이다. 이것이 퀀트(Quantitative analysis; 계량적 분석)와 매니저가 펀드를 운용하는 기법의 가장 기본적인 차이다.

▶퀀트 펀드란= 일반적인 펀드는 매니저가 개인과 운용팀의 판단에 따라 투자 상품과 업종, 종목을 직접 발굴하고 비중을 조절하면서 운용한다. 사람의 주관적 판단이 때론 득이 되기도 하지만 비효율성의 핵심 원인이 된다.

반면 퀀트 펀드는 투자 상품 비중과 종목 선택 등 운용에 있어 매니저가 관여하지 않고 미리 짜놓은 퀀트 모형에 따라 철저히 기계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를 말한다. 밸류에이션과 주가상황 측정의 주 요소인 PBR(주가순자산배율), PER(주가수익비율), 매출증가율, EPS증가율 등을 점수화해서 합산한 것이 일반적인 퀀트 모델이다. 그렇다고 퀀트 펀드라고 담당 매니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퀀트 펀드에서는 한두 명의 담당 매니저가 일반적으로 퀀트 모형을 수정하는 역할만 담당한다.

▶운용성과 퀀트의 압승= 지난 2007년 국내 첫 모습을 나타낸 퀀트 펀드가 요즘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3년여의 운용 결과 성과가 시장은 물론 매니저가 운용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꾸준히 성과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아시아 인프라펀드’에서 25%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부문 투자에서 절반은 일반 주식, 절반은 퀀트로 나눠 운용했다. 주식 부문의 수익률도 시장 대비 좋았지만 퀀트 부문의 운용 수익은 주식 운용보다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현재 이 펀드의 한국투자 부문은 100% 퀀트모델로 운용되고 있다.

퀀트 모델을 적용한 ‘피타고라스 펀드’ 출시를 앞둔 한국투신운용 역시 최근 10년간의 시뮬레이션 결과 퀀트 펀드가 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주식형 펀드 대비 우월한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했다.

피타고라스 펀드 운용을 맡은 이성민 한국투신운용 인덱스운용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분기 기준으로 국내주식형에서 항상 상위 30% 정도를 유지하고 ‘트레킹 에러’(벤치마크와의 차이)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퀀트 펀드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발달, 퀀트도 발전= 저명한 언론학자 마셜 맥루한은 ‘The medium is the message(매체가 메시지)’라고 했다. 퀀트에 있어서도 기술의 발달이 곧 퀀트 모형의 발달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퀀트 펀드가 늘고 있는 바탕에 기술의 진화가 자리잡고 있으며,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펀드시장 안에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민 팀장은 “최근 액티브 퀀트 펀드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 공시 등 정보를 통해 수익 예측이 굉장히 빨라졌다. 펀드매니저들이 기계보다 조금 먼저 아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작아진 것이다”고 말했다.미국은 현재 액티브 펀드 가운데 70~80%가 퀀트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상당수가 이용하는 롱숏(long-short), 리스크 차익거래(risk arbitrage), CTA 전략 등도 모두 퀀트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퀀트와 사람의 역할 상호보완
= 다만 퀀트 펀드가 대세를 장악한다고 해도 사람의 역할이 꼭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퀀트 펀드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차별화된 퀀트 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고, 새로운 퀀트 모형을 짜고 수정하는 데 있어 매니저의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학계에서는 금융공학의 한 분야로 퀀트가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현재 퀀트 펀드 운용에 관여하는 매니저의 상당수가 금융공학, 산업공학 전공자들이다. 특히 국내에서 금융공학이 가장 발달해 있는 카이스트(KAIST) 출신이 많이 포진해 있다.

손제성 하이자산운용 글로벌운용2팀장은 “10년이 넘는 액티브 펀드 운용 경험으로 볼 때 퀀트와 액티브 운용이 상호 보완돼 나가야 한다. 결국 퀀트 모델도 끊임없이 사람이 수정해야 하는 만큼 기계와 사람의 대결이란 표현은 그다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jwchoi@heraldcorp.com




퀀트펀드 수익률 코스피 상승률 압도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퀀트 펀드’란 이름이 아직 개인 투자자들에겐 낯설지만 그 성과는 일반 주식형 펀드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것도 시간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 않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퀀트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5월17일 종가 기준)은 17.4%로 코스피 상승률 10.8%보다 6.6%포인트 높다. 1년 수익률에선 퀀트 펀드가 33.7%, 코스피 24.0%, 3년 수익률에선 퀀트 펀드가 32.1%, 코스피가 11.4%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 벌어진다.

현재 국내 설정된 퀀트 펀드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펀드는 ‘교보악사코어셀렉션’으로 연초이후 수익률 18.67%, 1년 수익률 60.07%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수익률 상위 1% 이내에 속하는 탁월한 성과다.

퀀트 전문가들은 좋은 펀드를 고르는 요령으로 단기ㆍ중장기 수익률과 더불어 IR(Information Ratio; 정보비율)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민 한국투신운용 인덱스운용팀장은 “수익률과 더불어서 정보비율, 즉 리스크를 얼마 지불해서 얼마 얻을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IR은 펀드정보 사이트인 ‘제로인 펀드닥터’(funddoctor.co.kr)나 ‘에프앤스펙트럼’(fnspectrum.com) 등을 통해 조회해 볼 수 있다.

<최재원 기자 @himiso4>
jwcho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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