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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슨 신화’ 다시 한번…이민화 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형 ‘IT토털의료’ 통째 수출”
진단·처방·서비스 시스템 융합

패키지 수출 막대한 파급효과

페루·카지흐 진출 연내 가시화


기술 가진 기업·시장 가진 기업 결합

삼성 인수 메디슨 더 잘될것


이민화(58·사진). 최근 삼성에 인수된 메디슨의 창업자이자 이 땅에 벤처기업 씨앗을 뿌렸던 그가 이제 개별기업이 아닌 한 산업분야에 투신하고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회사는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설립된 ‘한국 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다. 이제 옛 메디슨처럼 의료기기만이 아닌 디지털 진단 및 처방, 의료서비스로 대표되는 ‘한국형 디지털병원’ 시스템을 통째로 융합시켜 세계로 수출하겠다는 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합에는 의료기기업체와 대형병원을 포함해 건설업체, 컨설팅업체, 의료 소프트웨어업체 등 71개 회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병원을 짓는 것은 물론 장비를 설치하고 통신 및 디지털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깔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교육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 이사장은 “우리가 이처럼 패키지 수출을 하지 않으면 GE, 지멘스, 필립스와 경쟁하기 어렵다”며 “의료기기, 병원, 의료 IT시스템 등 헬스케어 관련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산업적 파급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말뿐인 의료산업의 성장동력 산업화가 아니라 이를 실증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병원의 디지털화가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병원 시스템은 검사, 진단, 처방, 처치 등 의료효율화를 통해 전체 의료비용을 10% 정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개인의 경제사정은 물론 국가별 공통적인 문제인 건강보험 재정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미국만 해도 의료보험 비용이 국가재정의 16%인데 조만간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IT기술의 융ㆍ복합화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디지털병원 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EMR(전자차트), PACS(의료영상저장전달시스템), OCS(처방전달시스템) 등 의료IT는 그 자체만 해도 30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병원은 일단 개발도상국이나 중동권 신흥 자원부국 등이 주요 공략 대상.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이미 시스템이 정착된 선진국보다 새로운 건설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페루, 카자흐스탄 등에서 국가 창구를 통해 한국식 디지털병원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 연내 수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창업제도와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으면 혁신경제로 전환하기 어렵다. 실패를 지원하지 않으면 혁신도 사라진다”며 “도전을 위한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또는 벤처란 실패의 과정인데, 우리나라의 제도와 문화는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소중한 학습자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효율적인 기업은 가능하지만 애플이나 IBM 같은 혁신적인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메디슨에 대한 의견도 덧붙였다. 삼성의 메디슨 인수에 대해 그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시장을 가진 기업과 결합한 것은 우리가 적극 지향해야 할 길”이라며 메디슨이 몇 단계 더 발전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과 애플을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삼성과 애플은 잘하는 과목이 서로 다르다. 애플이 개방 생태계 또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강하다면, 삼성은 수직적 공급사슬(SC)에서 효율적이며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라 평가했다.

그의 직함은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 외에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KAIST 초빙교수, 사단법인 유라시안네트워크 이사장 등 다양하다. 그 밖에 방송진행자, 자유 기고가, 멘토 등의 비공식 직함도 있다.

7일 중 평균 1.5일은 대전에 내려가 강의를 하고 나머지는 서울에 올라와 벤처 및 의료산업 발전, 영재기업인 육성과 관련한 각종 행사와 세미나 참석, 강연, 글쓰기 등으로 보낸다. 그의 말처럼 ‘창업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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