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감세 철회’ 공약을 사실상 파기, 정치권 논란이 뜨겁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고 그 재원을 서민생활 지원에 쓰겠다”고 공언, 소장파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런데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법인세와 소득세는 따로 봐야 하며, 특히 법인세 추가 감세안은 시기 조율의 문제가 있다”며 발을 뺀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황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처신이 놀랍고 실망스럽다.
MB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늘려 서민에게 고루 혜택이 가게 한다며 감세정책을 밀어붙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기업들은 고액 연봉과 성과급 잔치를 벌일 뿐 투자에는 인색했다. 반면 중소기업과 서민은 고물가와 전세대란, 실업과 소득감소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던 감세정책이 오히려 더 심화시킨 꼴이다. 이 같은 바닥 기류가 지난해 지방선거와 4ㆍ27 재보궐선거에 반영, 한나라당과 MB정권은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그 타개 방안이 바로 감세 철회였던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그가 왜 갈지(之)자 행보를 하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황 원내대표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반대가 심하면 조정해 타협안을 만들겠다”는 대목이 그렇다. 법인세 감세 철회에 찬성하는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감세 철회 약속을 뒤집겠다는 얄팍한 정치인 수법을 보는 느낌이다. 또 기업 국제경쟁력 저하 우려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보다 낮다. 게다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실제 납부하는 실효세율은 16%대로 애플, 소니, 도요타 등 미국 일본 동종 최고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감세정책은 더 심해진 양극화 때문에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됐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동안 여당 내부에서도 몇 차례 감세 철회 의견이 개진됐지만 청와대와 대기업 눈치 때문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비상장회사에서 2400억원의 한 해 배당을 지급하는 대기업들에 법인세, 소득세 감세까지 해줘야 하는 나라가 시끄럽지 않다면 이상하다. 재벌 총수들이 먼저 감세안 철회를 주장할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