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위원 임기보장하고
위원회 전문성 존중해야
절차 규정 더 보완 필요
법 집행 신뢰 제고도 중요
4월 1일은 공정거래법 시행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부가 직접 물가를 관리하는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물가불안의 근원적 해결과 경제효율 달성을 위해, 나아가 민간 자율의 경제질서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의해 제정되었다는 것이 당시의 입법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발전과 시장경제의 창달, 경쟁문화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경쟁 촉진을 통해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그 결과 경쟁법을 운영하는 120여개 국가 중에서 상위 6위권에 포함되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99년 ‘카르텔 일괄정리법’을 제정해 18개 법률상의 20개 카르텔을 한꺼번에 정리한 것, 1988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쟁제한적인 정부규제의 철폐, 1997년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도입해 담합행위의 적발 및 조치 건수를 획기적으로 제고한 것,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다국적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시정 조치한 것 등이 대표적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닥쳐올 도전도 만만치 않다.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시장도 더 글로벌화되는데 이에 발빠르게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법률시장이 머지않아 개방되면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남북한 통일이 이루어질 때 북한 주민에 대한 시장경제 교육, 소비자 교육도 큰 과제다.
지금도 우리가 외국에 비해 뒤떨어진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공정거래위원장과 위원의 임기가 짧다는 것이다. 외국은 법상 위원의 임기가 보통 5~6년이고, 7년인 경우도 있다. 일본은 5년이고, 미국은 7년이다. 실제 연임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의 다케시마 공정거래위원장은 2002년 임명된 후 5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재임되어 지금까지 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법상 임기가 3년인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하나는 법 집행 절차에 관한 법 규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 공정거래법에는 집행절차에 관한 규정이 아주 적고 하위규정으로 위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 법에는 실체적인 규정보다 오히려 절차적인 규정을 더 상세하게 담고 있다.
공정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위원회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임기지만 그 임기라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은 법률적 지식과 경험, 경제분석능력을 충분히 갖춰야 하고, 그런 위원회의 전문성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위원 임면에 관한 정치적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법 규정을 보완해 조사권의 범위, 조사절차, 증거조사, 사건처리 및 심결절차 등에 관한 원칙을 법에 명확히 규정, 법 집행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동의명령제, 사적금지청구제도 등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법 집행에 대한 신뢰와 수용 폭이 넓어지고 위원회의 독립성 지지도 확대될 수 있다.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은 각국의 법집행 기준이 동일하게 수렴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그렇지 못한 경우 각국의 법집행 절차만이라도 공정하고 투명하기를 바라고 있다.
둘째,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기술혁신과 상품시장 융합, 글로벌화에 따른 지리적 시장의 확대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위원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위원회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