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수습은커녕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제1원자력발전소의 1, 3호기에 이어 2, 4호기가 15일 잇달아 폭발했다. 16일에는 폐연료봉이 보관된 4호기에 또 불이 났다. 게다가 5, 6호기마저 이상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2호기 사고는 치명적이다. 다른 발전기는 파손 부분이 바깥 건물 쪽이지만 2호기는 원자로를 덮는 격납용기의 압력억제실(스프레션 풀) 관련 설비에 손상이 생겼다. 안전장치가 풀려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멜트다운)로 대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직접 사고대책 통합연락본부장을 맡아 수습을 진두지휘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와 운영자인 도쿄(東京)전력 측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사고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손으로 격납용기 뚜껑을 열어 열기를 식히는 등 그야말로 옥쇄를 각오하며 방사능과 싸우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누출된 방사성물질은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고 자연 냉각도 가능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그나마 희망이다.
강진과 지진해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는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지만 원전 사고의 위기감은 이에 못지않다. 실제 이번 사고는 국제사회의 원전 안전성 우려로 즉각 이어졌다. 독일은 원전 가동시한 연장을 유보했고, 스위스는 원전 교체 계획을 보류했다.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등은 이미 원전 안전성 논의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판이니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고갈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단은 원자력이 유일하다.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기술 보강을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원전 수출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우려는 우리 입장에선 더욱 신경이 쓰인다. 다행히 우리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는 방식이 달라 안전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국내 원전에 대한 대대적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긴급상황 대응 매뉴얼도 확인,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고 관련 시장에 신뢰를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