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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수답 한국경제…3년 전 고유가 위기 잊고 다시 무책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지 불과 나흘만에 110달러 선도 넘어섰다. 2008년 우리경제를 위기로 몰고갔던 ‘수퍼 스파이크(Super Spikeㆍ장기간 급등)’ 재발에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그때도 한국경제는 교훈을 얻지 못했다. 중동에서 번진 유가 위기에 속수무책 당할 뿐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 높은 한국 ‘직격탄’=우리나라의 ‘석유 중독’ 상태는 심각하다. 그동안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쳐왔지만 말만 요란했을 뿐이다. 지난해 석유제품 소비량은 7억9451만7000배럴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올해 8억배럴 선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2009년 기준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역시 4.97toe(석유환산톤ㆍ여러 에너지원의 열량을 석유 1t으로 환산한 것)이다. 2007년 4.86toe, 2008년 4.95toe 등 해마다 늘어난다.

경제가 커지니까 에너지도 많이 쓴다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OECD 주요 회원국의 2008년, 2009년 에너지 원단위(국내총생산 1000달러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량 비율)를 보면 캐나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대부분 나라에서 에너지 효율이 개선됐다. 한국과 멕시코만 거꾸로였다. 우리나라 2008년 0.314였는데 2009년 0.316으로 오히려 악화됐다.

무엇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크게 높아 직격탄을 맞게 생겼다. 2009년 기준 한국의 원유 수입 중동 의존도는 84.5%로 전세계 평균 35.1%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인도(70.5%), 중국(40.7%), 미국(15.4%), 호주(14.5%), 캐나다(9.2%)와 비교해 그 차이가 크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데 수입선 다변화까지 게을리한 탓에 자초한 위기다.

▶1970년대 후반 2차 오일쇼크 때와 ‘닮은 꼴’=작년 리비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3700만달러 규모다. 전체 원유 도입량중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중동 사태가 빨리 해소된다면 괜찮겠지만 확산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리비아에 이어 예맨, 이란, 요르단, 바레인 등 7~8개 중동 국가로 시위가 확산될 수 있어 우려는 커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벌어지는 유가 위기는 1970년대 한국 산업계를 위기로 몰고갔던 2차 오일쇼크(석유파동)과 닮았다. 중동전쟁 발발로 생겼던 1차 오일쇼크는 정치적 안정이 찾아오자 빠르게 해소됐다. 하지만 2차 오일쇼크는 이슬람 혁명과 석유 투기까지 겹쳐 일어났다. 당시 2차 오일쇼크는 국내 중공업을 비롯해 경제에 1차 오일쇼크를 뛰어넘는 타격을 입혔다.

지금은 중동지역 민주화 혁명이란 불씨에, 경제위기 이후의 과잉 유동성이란 기름이 부어진 형국이다. 2차 오일쇼크와 여러 모로 상황이 닮아있다. 마침 25일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가 2억3000만달러 흑자로 11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석유 등 원자재난이 한국경제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는 전조로 풀이된다.

<조현숙 기자 @oreilleneuve>
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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