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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만에 발견된 시신..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숨진 부인과 딸에게 미안해서, 그래서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 영원히 보관하고 싶었다”

12년 전 아내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15일 경찰에 체포된 이모(51)씨는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 듯 괴로워했다.

이씨 가족의 비극은 1999년 6월 19일 사소한 말다툼에서 비롯됐다. 서울 성수동에 살던 이씨는 용산구 후암동에 단칸방을 얻어 이사를 가려 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내는 가지 않겠다며 반대했다.

목소리는 커져갔고 감정은 격해졌다. 참지 못한 이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로 아내의 목을 찔렀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던 이씨의 말 없이 쓰러진 아내 앞에서 얼어붙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이씨는 허겁지겁 가로·세로 50㎝, 높이 1m크기의 종이 상자에 아내의 시신을 담았다. 그리고 흰색 비닐로 10겹 이상 닥치는대로 밀봉했다.

이씨는 다음날 아침, 예정대로 이사를 갔다. 여러 개의 이삿짐 속에 묻혀 시신이 든 상자는 의심 없이 옮겨졌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에겐 “아내는 병원에 있다”고 둘러댔다. 여덟 살 어린 딸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 하기만 했다.

이사한 후 이씨는 숨진 아내 곁에 어린 딸을 놔둔 채 집을 나가 한 달에 두세번 들어올 뿐이었다. 그 사이 딸은 스무살 성년이 됐다.

영원히 묻혀버릴 것 같았던 ‘어머니의 비극’은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의 존재를 모른 채 성장한 딸에 의해 밝혀졌다.

지난 12일 밤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친구와 짐을 나르던 이씨의 딸은 유난히 무거운 짐을 발견했다. 언젠가 아버지가 테이프로 꽁꽁 묶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났지만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몰랐다. 이상한 생각에 이씨의 딸은 상자를 뜯었다.

그저 평범한 짐일 것이라 생각한 상자 안을 들여다 본 이씨의 딸은 기겁했다. 기억에도 없던 어머니를, 그것도 싸늘한 시신으로 12년만에 마주한 것이다.

사건을 맡은 서울 용산경찰서는 딸의 진술 등을 종합해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경기도 부천의 지인집에 숨어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단 이씨가 가정불화로 우발적인 살인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살해 방법과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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