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50살을 넘었는데 100살 이상을 살 수 있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강하게 살려면 운동도 하고 관리해야하는 것처럼 은행도 영업문화를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앞으로 나가야합니다. 중요한 것은 체격이 아니라 체력입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지난 21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억지 영업을 하면서 허수를 늘리는 것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며 “타성에 젖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영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달 28일 취임사에서 획기적인 영업방식의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 행장은 “지난해 매주 1회, 연간 60회 이상의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실시했지만 이런 영업방식으로는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어 과감히 그 뿌리를 자르겠다”며 “자율적, 능동적 영업문화 정착과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는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개인고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게 될 기업은행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상품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히트상품개발을 위한 은행장 직속 부서도 신설했다.
조 행장은 “기존 상품 중 유사한 상품들을 통폐합하거나 패키지화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며 “연금보험, 자산운용사 등 자회사 대표 상품을 결합한 컨버전스 상품과 다문화가정 및 해외유학생들의 외환거래를 위한 신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상품구조 단순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전면 통폐합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지원은 영역과 역할 모두 다양해지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인수합병(M&A), 기업공개, 컨설팅, 해외진출 등 지원분야를 넓혀나가겠다”며 “특히 올해부터 문화콘텐츠산업 등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1년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은행권 순증 예상액 11조원 가운데 35%인 4조원을,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난 해 5월 재구축한 조기 경보시스템은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조 행장은 “특정업종이 과도하게 성장하거나 경기과열 업종인 경우에는 여신한도 관리를 실시하는 등 여신포트폴리오시스템을 구축해 건전성 관리를 정교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기업은행은 부실징후 기업 602개의 대출 3조2520억원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해 201곳(7477억원)을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와 금융지주 전환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조 행장은 “민영화는 중소기업 정책금융 보완기제의 원활한 작동 여부와 연계해 추진될 예정이어서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주사 설립은 대 고객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수적 과제로 정부, 국회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 공채 출신 첫 행장 자리에 오른 조 행장은 “기업은행 반세기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않겠다”며 “은행장 자리는 직원들이 시켜준 덤으로 생각하고, 기업은행이 대한민국 일등 은행이 되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오연주 기자 @juhalo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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