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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남성피해 3년새 60%급증…남자라는 이유로…法의 사각지대에
여성상사등 사회적 위계질서 변화
사회적편견 때문에 쉬쉬 일쑤
남성 대변 변호사도 사실상 전무



#. 법원은 지난 8월 이별을 통보한 내연남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모(45)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9명과 예비배심원도 모두 무죄 의견을 밝혔다. A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재판은 2013년 남녀 모두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이 개정된 이후 여성이 가해자로 기소된 첫 사례여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법정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부분은 피해자 A씨 입장을 대변해 줄 변호사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가해자로 기소된 전씨에게는 국선변호사 2명이 함께 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성범죄 피해 남성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A씨의 경우처럼 ‘남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 또는 동성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에 대한 수치심과 사회적 편견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사당국이나 재판부의 무관심 또한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범죄는 지난 2011년 829건에서 2014년 1350건으로 3년만에 62.8% 급증했다.

올해 역시 8월말 기준 923건을 기록하고 있어 작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강제추행’이 1054건으로 가장 많았고 ‘카메라 등 이용촬영’이 172건, ‘통신매체 이용음란’(89건)이 뒤를 이었다.

남성 위주였던 성범죄 가해자 가운데서도 여성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까지 전체 성범죄자 가운데 1% 미만이었던 여성 성범죄자의 비율은 2012년 2.9%, 2013년 2.5%까지 높아졌다.

이 같은 남성 성범죄 피해자의 증가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한 직장ㆍ학교 등에서의 위계 질서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에서는 “성희롱은 권력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며, 남성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피해 남성들에 대한 보호체계와 가해자 처벌 등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실제로 지난 2월 울산의 모 대학에서는 B여교수가 연구보조원인 C씨를 상대로 지속적인 성희롱과 폭언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하지만 B교수에 관한 처분은 3개월 정직과 상담치료를 권고하는 수준에서 끝나기도 했다.

수사당국의 조사 과정이나 변호사 선임 과정 등에서도 남성이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피해 남성들 역시 주변의 시선이나 직장내 불이익 등의 이유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상황이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남성 피해자의 숫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수사당국에서 남녀 성범죄 피해자를 차별해서 대우하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남성도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대근ㆍ김진원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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