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년간 계속돼온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그렇다고 ‘한 줄 서기’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는 아리송한 지침을 내놔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두 줄 서기’나 ‘한 줄 서기’ 대신 ‘안전 이용 수칙을 지키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언론은 ‘두 줄 서기 중단’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본 시민들 역시 “실효성 없던 ‘두줄서기’가 폐지되고 다시 ‘한 줄 서기’로 돌아왔구나”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처는 “‘두 줄 서기’도 아니고 ‘한 줄 서기’도 아니다. 그저 걷거나 뛰지 말라는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걷거나 뛰지 말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시민들 입장에서는 ‘두 줄 서기’를 그대로 지속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않는다면 ‘한 줄 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두 줄 서기’라는 용어를 없애면서도 안전 수칙 때문에 ‘한 줄 서기’를 하라고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하철역 ‘한 줄 서기’문화는 그간 정부의 ‘두 줄 서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티켓으로 자리잡았다.
바쁜 사람들이 걸어서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한 줄 서기’를 하지 않고 두 줄로 길을 막고 있으면 뜨거운 눈총을 받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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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줄 서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같은 ‘한 줄 서기’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지만, ‘두줄 서기’는 현실과 괴리로 ‘실패한 캠페인’에 가까웠다.
안전처의 이번 발표는 “‘한 줄 서기’를 통해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다니는 건 안전 수칙에 위배되고 위험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들 걷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안전처 관계자는 “걷는 것보다는 뛰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털어놨다.
산하 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조차 이번 안전처 발표를 두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아리송해 할 정도니 시민들이 오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두 줄 서기’, ‘한 줄 서기’로 국민들에게 더 이상 혼란을 주지 말고 정확한 소통을 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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