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오락가락’하고 소비자는 ‘체감제로’다. 정부가 최근 시행하거나 시행 예정인 방송통신정책을 두고 기업과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될지 모르겠다는 푸념이다. 기업의 영업활동은 촉진시키고 소비자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실제로 기업과 소비자들 모두 불만을 쏟아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의 마케팅비를 줄이고, 소비자에겐 요금제나 가입유형, 나이, 가입지역에 따른 차별을 막고 균등한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불법보조금 지급이나 편법 할인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계와 개인이 부담하는 통신비도 줄지 않았다는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발간한 단통법 관련 이슈리포트 ‘이동통신요금 폭리와 단말기 가격 거품제거 방안’에서 “단말기 구매 부담이 증가해 단통법은 실패한 법”이라며 “통신요금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이를 유도할 실효적 장치가 없다”고 평했다.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거품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삼모사’라는 지적은 정부가 경제부처 관련 업무보고에서 핵심적으로 제기한 전자금융시 액티브X 제거방침에도 제기됐다. 액티브X를 대체하는 범용프로그램은 기존 결제 단계를 일부 줄이지만, 역시 사용자의 단말기에 설치하는 보안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정부 업무보고에서 밝힌 방송정책도 ‘규제완화’와 ‘규제강화’가 충돌하고, 소비자부담은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UHD(초고화질) 지상파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고 EBS의 다채널방송 시범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유료방송 가입률이 90%에 이르고 지상파직접수신자들은 1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KBS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가상ㆍ간접 광고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로선 지상파에서 중간광고를 포함해 더 많은 광고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유료방송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동전화ㆍ인터넷과 결합해 할인판매하는 유료방송 마케팅에 대해서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광고는 더 많이 봐야 하는데 기존에 소비자들이 받던 혜택은 줄고 부담은 오히려 늘 수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 ‘혁신경제’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감경제’가 돼야 한다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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