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인근 대형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구입하러 오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 편의점 점주는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담배를 겨우 4갑 팔았다”면서 “신년에는 원래 수요가 줄어들긴 하지만 아무래도 하루 사이에 2000원이나 오른 담배를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1일까지는 미리 담배를 사 두려는 흡연자들의 ‘사재기’로 마치 약탈을 당한 듯 담배 매대가 텅 비어 있었지만, 이날은 가격이 아직 오르지 않은 일부 외산 담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대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업주는 “가격인상이 늦어지는 이 담배들도 이달 5일부터 가격이 오른다고 하는데, 14일부터라는 이야기도 있고 아직 확실치 않은 것 같다”면서 “이 담배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물량이 동 났고, 발주를 했지만 물건이 잘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담배를 사기위해 편의점에 온 최모(37) 씨는 가격이 아직 오르지 않은 이 담배를 찾았지만 본인이 찾는 담배가 없다는 말에 바로 발을 돌려 빈손으로 가게를 떠났다.
편의점을 나온 최 씨는 “집에 가는 길에 있는 편의점마다 들러 혹시 남아 있을 담배를 구하고 있다”며 다른 편의점과 대형마트까지 갔지만 최 씨가 찾는 ‘가격이 아직 오르지 않은’ 담배는 다 팔려 구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증세는 없다는 공약과 달리 결국 서민들한테 세금 더 걷어가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 건강위해 한다고 하는데 주변에 그 이야길 믿는 사람은 없다”며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도 막상 현실로 다가온 담뱃값 인상에 대해 푸념을 늘어 놓았다.
담배를 피운 지 10년이 됐다는 대학생 원모(25) 씨는 “담뱃값이 오르기 전 미리 몇갑을 사놓긴 했지만 곧 전자담배를 구매해서 끊을 계획”이라면서 “솔직히 세금 많이 걷으려는 거 아니냐.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담배를 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루 한갑씩 담배를 피운다는 대학생 이모(20) 씨도 “편의점에 가서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을 직접 보니 충격적이었다”면서 “가격이 올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른 것 같다. 어쩌겠느냐. 전자담배도 준비해 놨고 이제 담배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