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이 매년 뽑은 ‘최다대출자’에 3년 연속 선정된 철학과 4학년 김병철(26) 군이 주인공이다.김 군은 27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독서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보여주는 이력서와 같다”고 했다.
올해만 무려 250여권의 책을 읽은 김 군에게 독서는 특별히 시간을 두고 하는 일이 아니다. 김 군은 “매일 세 끼의 밥을 먹듯이 그냥 자연스럽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 무의식적으로 책을 읽는다”고 했다.
김 군은 지난 4년간 학교 도서관에서 총 900여권의 책을 대출했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 말고도 본인이 소장하고 싶은 책도 매년 수백 권을 구매한다. 김 군은 “한달 소비의 20% 가량은 책을 사는데 쓴다”며 “집에는 더 이상 책을 둘 곳이 없어 부모님께서 책을 그만 사라고 꾸중하시기도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최근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직전 인터넷으로 책 사재기가 한창일 당시에는 무려 150만원 어치의 책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그 돈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린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해서 충당했다고 한다.
“친구들이 괴짜로 보는 것 같아요. 전 아무렇지도 않게 한 것인데….”
그 수많은 책 중 김 군이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노자’다. 김 군은 “노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물을 바라본다”며 “노자를 읽으면서 현재 내가 사물을 보고 만지고 있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책을 읽는만큼 독서에 대한 관점도 특별하다. 김 군은 독서를 ‘이력서’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기업 면접관들이 왜 이렇게 이력서가 모두 똑같냐고 말한다는데, 자신이 현재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를 말하는 게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람마다 성장배경이 다른데 책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성향과 관심사 등을 차별화해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이 구성되듯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을 대변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에 바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김 군은 “저는 원래 사람들에게 책 추천을 안 해요, 모두 관심 분야가 다르니까”라고 한다. 대신 ‘책 읽는 방법’만큼은 강조했다. 그는 “책을 읽을 때 단순히 글을 읽어내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글쓴이를 비판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이런 과정이 있어야 나만의 고유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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