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51)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4일 서울 장충동 주택가에 ‘통섭 인재 양성소’인 ‘타작마당’을 열었다. 신 개념의 아트 플랫폼도 겸하고 있는 이 공간을 거점으로 노소영 관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통섭형 인재 양성에 나선다. ‘타작마당’이란 농촌에서 추수하며 알곡을 타작하듯 인문사회,예술, IT,공학 등 여러 분야의 최고 인재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내면의 창조성을 꺼내보이는 장(場)을 가리킨다.
노 관장은 “13년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디어아트 미술관을 운영하며 나름대로 앞서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SK가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 디자인과 공학을 넘나든 통섭형 천재가 나타나 게임의 룰을 확 바꿔버리더라. ‘예술과 공학의 융합’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절감했다”고 했다. 이에 그는 매년 5명의 타작마당 펠로우를 선발해 각5000만원씩 지원할 참이다. 단 학력이며 스펙 대신 ‘진정한 내공’을 볼 예정이다.
장충동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저택 인근에 위치한 ‘타작마당’은 SK텔레콤이 지난 2009년 구입한 주택을 개조한 것. 지하 1, 지상 3층에 926㎡(약 280여평) 규모로, 연말까지 리노베이션이 완료되면 각분야 인재들이 학제를 뛰어넘는 연구와 창작을 하게 된다. 공간 리노베이션 또한 벽과 문이 없는 독특한 형식을 지향하게 된다.
노 관장은 “이 공간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올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엔 충분히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타작마당’을 공익법인화하고, 재산 대부분을 공익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 관장은 “사람들이 언제나 그같은 프레임으로만 나를 바라보는 게 참 속상하다. 프레임을 딱 정해놓고, 그 안에 한 인간을 꾹꾹 집어넣는 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하는 일로 나를 판단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어느새 나도 쉰이 넘었다. 앞으로 10년 바짝 일하면 그만이다. 남이 하는 일을 따라 하는 건 내 체질이 아니다. 내 허트(가슴)에 진실되게 다가오는 일을 하고 싶다”며 “특히 나는 끝없이 진화하는 디지털에 끌린다. 고정된 아나로그와는 달리, 디지털은 한마디로 정의되지도 않으며, 늘 변화무쌍하고 유동적이라 나를 매혹시킨다”고 했다.
새 공간에 대해 최 회장과 협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공간에 대해선 아직 이야기한 게 없지만 ‘통섭 인재 양성’은 최태원 회장이 오랜 꿈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아트센터나비가 ‘예술과 산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뭔가를 내놓길 기다렸는데 내가 그 기대에 별반 부응하지 못했다. 좀 늦었지만 ‘아, 더늦기 전에 해야겠구나’해서 이렇게 마당을 꾸미게 됐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타작마당의 1층 전시장 한켠을 가리키며 “안쪽 창가에 기다랗게 ‘키친’을 만들거다. 물론 기존 미술관의 카페와는 다른 형식의 키친이 될 것이다. 내 작은 꿈은 그동안 갈고 닦은 음식솜씨를 그 키친에서 펼치는 거다. 앞으로 타작마당 키친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노소영’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귀뜸했다.
타작마당은 개관 기념으로 ‘만인예술가 Lay Artist’ 전을 4일 선보였다. 류병학 아트센터 나비 고문(아트디렉터)이 기획한 이 전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일 수 있다. 창조활동에 종사한다면 누구나 만인예술가’라는 컨셉 아래 다문화극단, 저작권 공유단체 활동가, 장애인 미술가, 시각 장애인밴드, 사회공헌 활동가 등 무려 1000여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장충동 타작마당 외에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와 을지로 SK텔레콤 타워 1층의 코모, 대전 SK텔레콤 타워 둔산사옥 등에서 오는 10월 6일까지 열린다.
신개념 전시답게 이색 부대행사도 여럿이다. ‘제9공화국-시민의 품격’이란 컨퍼런스가 9월 8일과 9일 장충동 타작마당과 아트센터 나비에서 각각 열린다. 극단 샐러드의 ‘미래이야기’공연과 사운드아트 워크숍이 마련되며, 오는 9월 13~16일에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더 라스트 월 비긴즈’라는 국내에서는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이 공연 역시 통섭형, 혁신적 퍼포먼스를 지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아트센터나비. 02)21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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