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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박용근] 천재는 없다
“소위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인가?” MIT, 하버드에서 대학원생으로 유학을 하면서,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교수를 하면서 가졌던 화두였다. 중요한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벤처 사업가, 정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었는가? 우수한 유전자가 있는 건지, 어릴 적 특별한 교육을 받은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았는지?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을 관찰하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수 년간 관찰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천재는 없다>였다. 천재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일이 너무 좋아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단순한 암기나 계산 등의 지적 능력은 일반인보다 특별한 게 없었다. 일하는 것이 좋아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미친 듯이 빠져있고, 샤워하러 가는 시간도 아까워서 사무실에 샤워실을 만들고, 해외 출장 중 비행기 안에서도 경유지에서도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사회는 쉽게 천재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개념은 크게 왜곡되었다. 남들보다 빨리 앞선 내용을 배운 학생들을 영재로 착각하고, 해외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천재로 포장한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수학, 과학을 선행 학습으로 무리하게 가르치는 사교육이 활황이다. 학생도 학부모도 그리고 교사도, 단순히 지금 배워야 할 내용을 앞질러 빨리 가능 학생들을 영재라고 부추긴다.

소위 명문대 학생 중 상당수는 선행학습 덕에 입학은 했지만 이후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적은 현재가 아니고, 무리한 선행학습을 하던 중학생 때이다. 오히려 이 때 무리해서 진을 뺀 것이 독이 되었는지 열의를 찾아보기 힘든 학생도 많다. 문제는 학업을 마치고 실전에 나가서이다. 이때가 되면, 소위 천재라고 인정 받던 학생들 중의 상당수가 형편없는 실적을 보여준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빨리 배우는 것은 잘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역량이기 때문이다.

천재는 없다. 아니, 없다고 생각하고 교육 시스템을 짜는 것이 옳다. 정형화 된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특히 사교육에 의존하여 부모가 짜놓은 입시 스케줄에서 살아남은, 전형적인 모범생 길러내는 현재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 학생 각자 인생의 큰 그림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개척하고, 결국에는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학생을 길러 내야 한다. 얼마나 미리 배웠는가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 학생이 최고를 추구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인재를 걸러 내는 평가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입시 제도의 면면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우선 지금처럼 부모의 경제력, 정보력으로 이루어진 선행 학습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교육원-특목고-명문대 입시 고리는 개선돼야 한다. 수능에서 한 문제를 틀려서 등급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실수하지 않도록 같은 내용을 무한 반복 학습하게 만드는 입시 제도 역시 불합리하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최선’이 ‘이 순간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라 했고,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은 ‘바늘로 우물을 파는’듯한 노력으로 하루 하루 글을 쓴다고 한다.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정진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길러낼 수 있는 것 이것이 영재 교육의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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