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상위권 ETF도 파킹형이 대세
국내 증시가 중동의 전쟁 불안감과 고환율 등 대외 악재로 흔들린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파킹형 상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자산관리계좌(CMA) 으로 눈을 놀리고 있다. 초단기 상품에 돈을 옮기면서 방망이를 짧게 잡고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코스콤에 따르면, 18일 기준 MMF·CMA 잔액은 209조6220억원, 81조728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각각 39조7911억원(23.4%), 7조8778억원(10.7%) 늘었다. MMF와 CMA는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하루만 맡겨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으로, 이는 최근 갈 곳 잃은 투자금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MMF잔액은 196조(1월 말), CMA 잔액은 66조6000억원(1월 중순)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초 부진했던 코스피는 2월 들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면서 MMA와 CMA 자금이 증시로 빠져나갔다. 이후 이달 2일 코스피가 삼성전자 반등에 힘입어 2750선까지 올랐지만 고환율·중동 전쟁 리스크에 흘러내리면서 다시 ‘투자 피난처’로 되돌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주변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도 감소세다. 이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 중 하나다. 지난 18일 투자자 예탁금은 55조600억원으로 3월 말(56조5229억원)보다 1조4629억원 줄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초 60조원대를 넘보다가 롤러코스터 장세에 55조~57조원대를 오가고 있다.
‘빚투(빚 내서 투자)’ 규모도 다시 잦아들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9조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19조5327억원으로 연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관망세는 단기 금리형 ETF(상장지수펀드) 인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달 들어 순자산 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이었다. 이달 초 6조9500억원대였던 순자산은 현재 7조3000억원대를 넘겼다. CD 금리를 추종하는 ETF는 보통 CD 91일물 금리 수준을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한다. 같은 기간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4위·1497억원)과 ‘KBSTAR CD금리액티브(합성)’(10위·806억원)도 순자산 증가 10위권에 들었다.
금리형 ETF의 인기에 맞춰 새로운 종목 상장도 이어질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은 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KODEX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 ETF를 23일 상장한다. CD 1년물 하루치 금리를 매일 복리로 반영하면서도 코스피200지수가 하루 1% 이상 상승 시 연 0.5%(연환산)의 하루치 수익을 추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수익률도 더 높다는 설명이다.
이준재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투자처를 확정하지 못하거나 변동성 높은 증시 구간을 잠시 피해가고 싶은 투자자, 전세자금·학자금 등 일정이 확정된 목적자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려는 연금 투자자들에게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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