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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700억 검증불가”...또 터진 시공비 갈등
부동산원 “1.1조중 14%만 검증가능”
조합·시공사 “금액 너무 낮다” 난색
둔촌주공 재건축 또 절체절명 위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시공사업단이 조합 측에 통보했던 1조1400억원의 추가 공사비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이 1600여억원만 검증이 가능하다고 회신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제시한 공사비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키로 했지만, 검증 가능 금액이 턱없이 낮아 남은 9700억원의 증액 공사비의 인정 여부를 두고 양측이 또 다시 극한 대립을 벌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일반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또 다시 절체절명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최근 둔촌주공 조합에 추가 공사비 1조1385억원 중 약 1630억원(14%) 만 검증 가능하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이 검증하지 않는 남은 9700억원가량은 다시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사적으로 협상해야할 몫으로 남았다. 추가 공사비로 조합원 1인당 부담해야할 금액이 1억8000만원에 달하고 있어 조합과 시공사업단간의 협의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동산원은 공사비 증가 내역 중 ▷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손실 금액 3644억원 ▷재착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금액 3617억원 ▷공사 중단 기간에 따른 손실 금액 396억원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손실 금액 1125억원 ▷공사 중단·재개 준비에 따른 손실 금액 456억원 등에 대해서는 검증이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다시 말해 이들 항목은 부동산원이 아예 들여다보지 않는 영역이라는 의미다.

부동산원은 해당 항목들에 대해 상호합의나 중재기관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거나, 증액금액 산정 방식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검증이 불가하다고 밝힌 항목은 부동산원의 업무영역 범위가 아니며, 상호 합의에 의해 결정되거나 조정, 중재, 소송 등 사법적 판단에 의해 결정될 부분”이라며 “검증 가능하다고 본 항목에 대해서는 조합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2020년 증액된 600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놓고 갈등이 격화되며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후 조합은 입주 지연, 이자비용 급증 등을 우려해 공사 재개를 위해 결국 증액에 동의했다. 양측은 서울시의 중재에 따라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를 그대로 수용키로 최종 합의해, 같은해 10월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 시공사업단은 지난해 9월 조합에 2020년 6월 증액된 3조2293억원에서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금액 1조1385억원까지 더해 총 4조3678억원을 요청했다. 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 원가가 늘어났고, 공사 중단 기간에 손실이 발생한 점 등을 증액 이유로 꼽았다.

이에 조합은 철저한 검증을 주장하며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긴 상태였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은 토지 등 소유자 또는 조합원 5분의 1이상이 요청하거나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 이상이면 조합은 관련 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부동산원이 검증 업무를 주로 대행해 왔다. 부동산원은 지난달부터 검증을 시작해 최종 결과는 다음달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검증 대상 자체가 1600억원으로 줄어든 만큼, 부동산원의 최종 결과는 의미가 없어진 상태라는 게 정비업계 전반의 평가다. 더구나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는 권고 사항이라 건설사가 수용할 의무는 없다. 이에 조합이 부동산원이 아닌 다른 기관을 통해 나머지 9700억원 공사비를 검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자잿값 인상, 추가 분담금 등이 직접 연관된 만큼 양측의 최종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라며 “최근 소형면적 계약까지 모두 마무리하며 완판에 성공했지만, 막판에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검증을 거치며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벌어지는 시공비 증액 관련의 주된 사유가 자잿값 인상과 금융 비용 상승 등인데, 부동산원이 이들 항목은 검증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를 분명히 밝히면서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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