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에 관계 없이 합산기준, 자체기준으로 지급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금융당국이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최대 30억원까지 지급되는 사망보험금 보장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 업계는 사기 근절을 위해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사망보험금 한도 제한이 시장원리에 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은해 사건 등에서 보듯 보험사들의 소득 대비 사망 보험금 10억원은 너무한 측면이 있다”며 “소득 대비 과도한 사망 보험금 보장 한도를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 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 윤모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씨 등은 윤씨가 숨진 해 11월 보험회사에 윤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 범행을 의심한 보험사로부터 거절됐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는 ‘30억원~40억원 보험사 합산기준’과 ‘30억원의 자사 기준’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2억원 수준으로 자사기준을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4곳의 생명보험사에 총 35억원의 사망보험금이 보장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사람이 또 다른 보험사(합산기준 40억원·자사기준 30억원)의 보험 상품에 가입할 경우, 5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게 된다.
보험사는 보장금액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보험료 납입여력을 파악하기 위해 재정심사를 진행한다. 이 때 가입자는 소득 자료 등을 제출하지만 보험사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험사가 신용정보평가원을 통해 가입대상자의 신용정보를 살펴볼 수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신용 수준이 상·중·하 정도로만 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용 수준이 낮다고 해도 보험상품 가입 거절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소득정보를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신용불량자도 사망보험 가입이 완전히 제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기가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수억원대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현 구조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소득 대비 사망보험금 한도를 제한하는 한편, 지난 2017년부터 운영이 중단된 보험사기 범정부종합대책반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에서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적극 나서는 것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사망보험금 한도 제한’ 카드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품의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할 권리가 있는데 시장원리에 반하는 대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렇게 되면 고객 모집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면서 “고객들 입장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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