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협상력 높이기 위한 신호로 해석
북한이 신형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깊은 유감’을 거듭 표시하면서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신호로 판단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뒤 3개월 만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북한의 과거 전례가 있어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와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크게 두 가지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1월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 때 수립한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 기차 위에서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미사일 발사도 그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두 번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에 따른 분석이다. 청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사항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가 한미일이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시점에 이뤄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한미 수석 북핵 대표가 모여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일본 도쿄에서도 한미일 정보기관장이 모여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추후 있을 협상테이블에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완화’지만, 이를 배제하고 ‘인도주의적 지원’을 반복하고 있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측 북핵 수석대표인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종정선언 논의와 함께 “북한과 인도주의 관련 영역을 다루기 위해 협력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들은 공식 입장으로 ‘깊은 유감’을 내놨지만 북한이 곧 협상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을 2018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3개월 앞두고 북한이 발사한 ICBM 발사와 비교하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로 봐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도 그런 해석이 맞고, 그런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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