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후보 정의당 지지층 향방도 관건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2주 앞두고 주요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가운데, 이른바 ‘샤이 진보’ 유권자층의 표심이 판세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샤이 진보’는 진보나 친여 성향이지만 여당 소속 전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비위 사건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에 실망해 박 후보에 대한 적극 지지는 보내지 않는, 여론조사상 ‘숨은 표심’을 가리킨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반 보수 성향이 뚜렷해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지만,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박 후보로 결집할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것도 변수다.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40대에서는 친여 성향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과거 민주당으로 기울어졌던 30대와 50대에서는 야당 우세로 급격히 돌아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변화 폭이 큰 연령대의 무당·무응답 층에 ‘샤이 진보’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정과 정의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믿음이 LH 사태에 의해 무너지면서, 설사 기계음으로 들려오는 질문이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박 후보를 지지할 유인이 적을 것”이라며 “충성도가 매우 높은 열혈 지지자가 아니라면 끝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기도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지지율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샤이 진보보다는 이미 민주당에 마음을 돌리고 투표장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를 택하는 유권자층의 수가 더 결정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일단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태에서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에 회의감을 가진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를 뽑거나, 아예 투표를 포기하는 방안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선거캠프에서는 지지층 결집과 투표 독려를 위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최근 소속 의원과 보좌진, 권리당원 등을 대상으로 ‘연고자 찾기’ 운동을 하고 있다. 보궐선거 후보들이 연락할 수 있도록 서울과 부산 거주 지인들의 연락처를 공유해달라는 취지다.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지지층이 불공정이나 성비위에 대한 반감으로 적극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막상 투표장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택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이전 선거에서 5% 내외의 득표율을 보인 정의당 지지층을 어떻게 투표장에 끌어낼 수 있을 지 역시 민주당 선거캠프의 과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