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감형 없애라” 靑 청원 봇물
‘50대 대기업 다닌다는 사람이 6세 유치원생을 성폭행했다. 애 낳으라고 말만하지 말고 낳은 애들 좀 지켜주세요. 이래서 딸 키우겠습니까?’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에 대해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50대 회사원 A씨는 지난달 초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이웃집 유치원생 여자아이를 자신의 차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시민들은 이 사건을 ‘제 2의 조두순 사건’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아동을 잔혹하게 성폭행했지만 술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역 15년에서 12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이 사건의 피의자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주취 감형’을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의 이모(30ㆍ여) 씨는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이 자꾸 술 핑계를 대는 데 주취감형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아동 성폭행 사건은 어떤 이유도 감형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취감형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초등학교 딸 아이를 둔 경기도 고양시의 안모(40) 씨는 “주취 감형은 물론이고 실제적으로 법원에서 나오는 형 자체가 약하다고 생각한다”며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대가는 10년, 15년으로 치를 수 없다. 다른 나라처럼 무기징역을 하던가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조두순 출소반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20만명이 넘자 정부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출소 반대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특정지역과 장소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 등을 통해 조두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주취 감형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음주를 심신장애 범주에서 제외하는 입법논의도 시작될 전망”이라며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에 대해 감형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 등이 발의했는데,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취 감형이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국민 청원이 20만명이 돌파하면 정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게 돼 있다. 정부가 다른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번 사건도 주취 감형 가능성을 배제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세희 기자/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