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대선주자들의 반응 속도를 체크해보자. 말그대로 ‘정치외전’이다. 아래 시각은 ‘마크맨 단톡방’ 공지 기준이다.(마크맨 단톡방: 각 대선주자를 담당하는 기자들의 정보 공유 카톡 방.)
14일 오후 10시09분.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대한 빨리 사실을 파악해서 발표하고 우리 정부도 진상을 파악해서 국민께 알려야 한다. 정부도 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보도가 나온지 2시간33분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
14일 오후 11시15분.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등장했다. “북한의 어떤 종류의 도발이라도 우리가 과감하게 응징하고 10배, 100배 더한 보복 응징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추진해야 한다.” 사드 찬성론자인 유 의원은 ‘김정남 피살’을 사드 문제와 연결시켰다.
막간을 이용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15일 오전 8시30분’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소집을 예고했다.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만큼은 침묵했다. 이튿날 조간들은 ‘김정남 암살’을 대서특필했다.
15일 오전 9시32분. “예의주시 중이다.” 안 지사 측에서 첫 반응이 왔다. 안 지사의 ‘워딩’이냐고 묻자 “아니다”고 답했다. “북한 문제는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될 때까지 언급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첫 보도 후 13시간50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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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33분. ‘드디어’ 문 전 대표의 공식 입장이 공개됐다. 거의 16시간 만이다. “만약 정치적 암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아주 야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루 빨리 사실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고 우리 안보에 미칠 영향을 냉정하게 분석하면서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너무 신중했던 탓일까. 유독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 속도가 느렸다. ‘불안한 대북관’에 대한 자격지심도 작용했으리라. 예고없이 닥치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14~16일 실시된 한국갤럽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3%, 안 지사는 22%, 안 전 대표와 황 권한대행은 9%로 집계됐다. 지난 주 대비 야권 후보들은 각각 4%p, 3%p, 2p% 올랐지만 황 권한대행은 2%p 빠졌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판단하기 이른 감은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북풍이 ‘정권교체’의 열망까지 날려버리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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