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최순실 씨의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탄핵 심판을 연기하자”는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지만, 헌재는 이와 상관없이 탄핵 결정을 할 계획이다. 다수의 헌법학자들도 박 대통령측의 주장을 터무이 없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법률대리인단은 16일 탄핵소추의결서에 대한 답변서를 헌법재판소에 내면서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된 헌법재판소법 51조를 들어 “공범 최 씨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심리를 거친 뒤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의 증거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박 대통령에 대한 각종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형사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탄핵 심판 사건은 ▶탄핵소추의결서에 적힌 사실관계 확정 ▶법률 위반 여부 판단 ▶대통령을 파면할만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는지 결정하는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 현재 박 대통령 탄핵사유와 관련된 최순실 씨 등의 재판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 관계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 측은 아울러 헌재가 검찰, 특검에 수사기록을 요청한 부분이 헌법재판소법 위반이라며 이의 신청을 냈다. 수사중인 사건을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헌재가 미리 자료를 확보해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절차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박 대통령 측 주장이 근거없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은 헌법상 재임 중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기소되지 않는 ‘불소추 특권’을 보장받기 때문에 형사재판이 열릴 가능성 조차 없고, 헌법재판소법 51조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헌재가 검찰·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 등을 넘겨받아 심리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헌재가 수사기록과 핵심증거를 참고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빠른 심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32조에서는 재판부가 다른 국가기관이나 공공단체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송부·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재판이나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과거 디도스 특검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특검이 수사기간 중으로 판단하고 자료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