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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축 들어간 미국…벼랑끝 한국경제
부동산 시장 급랭ㆍ몰락하는 자영업…가계부채 질적 악화 불가피

업황부진으로 경쟁력 악화 기업 부채도 빨간불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미국이 지난 15일(한국시간)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빚으로 연명해 온 한국경제가 벼량 끝에 놓였다. 미국 금리인상은 예고된 이벤트였지만 “소비가 미덕, 빚도 자산”이라는 경제인식 속에 성장한 한국경제는 유달리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가계부채는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다. 지난 9월 말 기준 1295조 7531억원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를 떠받친 건 저금리였다. 부채규모 자체는 크지만 금리가 낮아 상환부담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갚아야 할 빚의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12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70.2%가 변동금리로, 그만큼 국내 가계부채는 금리상승위험에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ㆍ영세 자영업자ㆍ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2금융권 대출은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은행문턱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013∼2015년 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으나 올해는 13%대(상반기 기준)로 껑충 뛰었다. 더욱이 이들 상당수는 다중채무자로 분석된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이자부담은 늘어나는 만큼 부실 가능성은 높아질수 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이 1140만원(2015년 기준)에서 1300만원으로 14%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늘어난 빚은 소비 중심의 국내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데다 부정청탁법과 탄핵 정국 등으로 내수 시장이 급랭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이끌어 온 주택 구매 조달 대출과 생활비 마련을 위한 자영업 담보대출 모두가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경착륙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한국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부동산시장은 11.3부동산 대책 등 잇따른 규제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4년 12월 12일 이후 약 2년 만에 첫 하락세로 돌아섰고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8일 기준으로 5주 연속 떨어졌다. 내년에도 주택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시장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 가격 하락이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하락하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자치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이 20% 떨어지면 은행권이 최대 28조800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추정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예산정책처는 “주택가격 20% 하락이라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다른 조건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가계부채의 부실로 인한 금융권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주택가격 하락과 기업부채 부실이 동반돼 발생하면 금융시스템의안정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경제를 이끄는 또 다른 축인 기업들 상황도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부진에 조선ㆍ해운ㆍ건설 등 주력산업은 업황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내수ㆍ수출 어느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서 기업들에겐 실적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을 보면 불안한 정책 컨트롤 타워와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급랭 가능성, 기업 구조조정 진행 등의 위험요인이 있다”며 “국내 경제 리스크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결합하면 과거와 달리 국내에 주는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경기전환 신호가 보이는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안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립해 통화와 재정정책의 방향성을 잡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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