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전없던 ‘김기춘 수사’ 극적 반전 생길까…검찰-차은택 ‘딜’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양대근ㆍ고도예 기자] 대한민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파문의 몸통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차은택(47ㆍ구속기소) 씨 측이 ‘미묘한 시점’에 폭로전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폭로에는 그동안 연루 의혹을 부인해왔던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단서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 정부 ‘비선 실세’로 ‘문화계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가 결국 검찰에 기소된 가운데 차 씨 측이 전격적인 폭로전에 나서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헤럴드경제DBㆍOSEN] |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긴밀한 사이로 알려졌던 최순실(60ㆍ구속기소) 씨와 차 씨 측이 이제는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등 책임 공방을 벌이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차 씨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차 씨가) 2014년 6월부터 7월께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 비서실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최 씨가 차 씨에게 ‘어디론가 찾아가 봐라’고 해서 지시에 따랐고, 그 장소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이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공관에서 차 씨는 김 전 실장과 10분 가량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인사하는 자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차 씨가 김 전 실장에게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직접 소개했다고 전해진 건 오보”라며 “최 씨에게 송 전 원장을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 씨가 경기도 화성 기흥컨트리클럽(CC)에서 최 씨,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사실” 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모임의 성격과 당시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폭로를 통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꾸준히 의혹이 제기돼 왔던 ‘최순실-김기춘-우병우’로 이어지는 ‘검은 커넥션’이 결국 꼬리를 잡힌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측은 그동안 김 전 실장 수사와 관련 “범죄 단서가 없어서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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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전 실장은 이날 폭로가 나온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의 지시로 차 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강조한 것을 두고 특검 수사를 고려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차 씨는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로부터 구속기소가 결정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차 씨 측의 전격적인 폭로를 놓고 국정농단 주역인 최 씨와 ‘거리두기’를 하는 동시에 향후 재판에서 수사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구형량을 줄이는 등 검찰과 ‘모종의 딜’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차 씨의 횡령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의혹과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김 변호사는 “차 씨가 회삿돈 횡령은 전부 인정하는 입장이지만 다른 범죄 사실은 견해를 달리 해서 법정에서 다툴 여지가 있을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차 씨와 변호인들은 일관되게 국정농단에 대해 모든 진실을 밝힐 것이며 (이런 입장은) 앞으로 국정조사 과정, 특검수사 과정에서도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 씨 측은 최 씨와도 특별한 인연이 없음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차 씨는) 2014년 4월~5월께 고영태 씨의 소개로 최 씨를 알게 됐다. 처음엔 강남의 돈 많은 아줌마 정도로 알아 잘 만나질 않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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