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고, 민심이 대통령을 버렸으니 그의 권력도 회수돼야 한다. 더 이상의 권력욕은 집착이고, 아집이다. 파멸을 초래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모든 권력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그것이 지난 대선 때 자신을 선택했던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예(禮)이자,도리일 것이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엔 100만 시민이 모였다.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지난 15일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으니, 수능이 끝나는 이번 주말엔 어쩌면 200만 시민이 집결할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거취표명이 당장 촉박한 선결과제지만, 이 참에 정치인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청와대를 향하고 있던 국민의 화살이 잘못하다가는 정치권을 향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지고 보면 최순실 사태는 잘못된 정치가 자초한 일이다.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랜 경기침체로 저마다 민생고에 시달리는데, 누구도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말로만 ‘협치’한다 하고, 구태정치를 버리지 않은 때문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국가위기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일부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에 귀막고, 대통령을 두둔하려고만 했다. 이러니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사당(私黨)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최다수 국회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역시 제1야당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이 추천하는 총리를 세워 거국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가 뒤늦게 청와대가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등을 보였다. 추미애 당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해 약속시간까지 받아놓고는 ‘안 만나겠다’고 약속을 파기했다. 의원들의 반대 때문이라는데, 그렇다면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이럴 거라면 애초 당론을 취합한 뒤,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게 옳았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더해 오랜 경기침체로 민생고가 겹친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경제는 지난 수십년 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들도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독대했다는 이유로 총수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젠 특별검사 조사와 국정조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라며 하소연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진단이 쏟아져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통상압력과 주한 미군 주둔비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다. 이 마당에 국정은 마비됐다. 정부 부처도 일손을 놨다. 부처수반의 총사퇴가 예고된 마당이니, 이들 역시 일손이 잡힐 리 만무하다.
민심을 읽고 행동하는 게 정치권의 과제다. 그러기 위해선 당리당략을 버리고, 지금이라도 민생을 돌봐야 한다. 국정중단이 오래가지 않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꺼져가는 경제의 빛을 살리고, 민심을 얻을 수 있다. 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