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수사단은 “다국적 제약사도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이를 감시·비판해야 할 의약전문지가 오히려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대행사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에 대학·종합병원 의사들도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이 회사의 리베이트 의혹은 피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는 눈물 겨울 정도이다. 겉으로는 ’리베이트로 얼룩진 한국의 제약업계와는 다르다‘라고 외쳤지만 이들의 실태는 국내 제약사의 수법을 한 두단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번에 적발된 신종수법은 의약전문지를 통한 리베이트 제공이다. 총 25억 9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의약전문지 등은 제약사의 거래처 의사들을 대상으로 각종 명목의 행사를 대행한 뒤 인건비와 대행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광고비 총액 대비 평균 30~50% 정도의 수익을 취했다.
한국 노바티스는 의약전문지의 기사 형식을 가장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는 5~10명 내외의 의사를 호텔 등 고급 식당으로 초대해 자사 의약품의 효능 등을 논의하도록 한 후 1인당 30~50만원의 참가비를 지급했다.
한국 노바티스는 또 자사가 선정한 의사들을 의약전문지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후 한 달에 100만원 상당의 자문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전문지를 통해 자사가 선정한 의사들을 상대로 외국 논문 또는 외국 유명 학회지 번역 등을 의뢰하고 관련 책자 발간을 위한 편집회의를 고급식당에서 개최한 후 1인당 50~100만원을 원고료나 감수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한국 노바티스는 자사가 선정한 의사들을 전문지의 ‘해외학회 취재를 위한 객원기자’로 위촉해 1인당 400~700만원 상당의 해외 학회 참가 경비를 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그 동안 최고 수준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의약품 거래질서 확립에 앞장서겠다고 한 다국적 제약사도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그 동안의 리베이트 수사에서는 개원의가 주로 적발된 데 반해 이번 수사에서는 대학·종합병원 의사들이 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노바티스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본사 차원이 아닌 직원 일부의 일탈로 유감을 표명해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한국 노바티스는 지난 9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직원들이 의학전문지를 통해 소규모 의학 미팅 등을 진행하면서 업계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회사의 문화에 반해 규정을 위반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엉뚱하게 한국 직원들에게화살을 돌렸다.
이번 한국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건으로 제약업계는 침울한 분위기다.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업계에서 끊이지 않고 터지는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해 불법 리베이트를 하고 있는 회원사에 대해 회원사 자격을 정지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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